가람(嘉藍)과 석정(夕汀)과 고하(古河) 최승범
고하 최승범 시인은 가람 선생에게 강의실에서보다는 오히려 개인적 사사를 통해 시조문학을 전수 받았다. 그러나 가람 선생은 매우 엄격해 최승범 시인의 국문학사 시험이 부실하다고 C학점을 주기도 했다. 최 시인의 유일한 C학점이라고 한다. 최승범 시인은 1957년부터 가람 선생에게 ‘시조론’과 ‘수필론’을 물려받아 강단에 섰다. 작고하실 때까지 18년을 모셨다. 모름지기 가람의 1호 제자였다. 이런 관계로 어떤 이들은 최승범 시인이 가람의 사위라고 잘 못 알고 있기도 하다.
사실 최승범 시인은 신석정 시인의 맏사위이다. 1953년 가을 10여 년 선배인 김준영(전북대 명예교수)선생이 느닷없이 부안의 석정 선생님 댁에 놀러가자고 하며 중매를 섰던 것이다. 그날 국화가 노랗게 핀 석정 선생님 집안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루를 유숙한 뒤 이튿날 정원을 나올 때 지금의 사모님과 눈이 마주쳤다 한다. 그러고는 그해 겨울 눈이 수북이 쌓인 날 가람 선생의 주례로 혼례를 치렀다. 석정 선생은 사위에게 ‘고하(古河)’라는 호를 지어주며 시작에 전념할 것을 당부했다. 호의 뜻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스승의 호 ‘가람’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무상한 세월의 강물에서 우리는 이제 고하를 통해 가람과 석정을 만난다. 가람과 석정과 고하, 세 분은 우리 민족의 고운 정신과 정서를 길이 간직하고 이어주는 면면한 물길임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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