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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정 교수의 완판본 이야기] 1. 서천교 창건비

비문 잘 보존 근래 제자리 찾아

김해정 우석대 명예교수가 전주에서 출판된 옛 책 ‘완판본’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매주 월요일 지면을 통해 전주의 출판문화를 조명하고, 완판본 중 역사적으로 가치를 지닌 책들을 소개합니다.

 

전라도를 관장한 전주는 예술활동이 활발히 일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책도 많이 생산됐다. 특히 ‘방각본’이라 하는 상업적인 책을 개인이 출판 인쇄해 판매했다. 순 한글로 쓴 춘향전 심청전 등 20여종이 넘는 고소설의 발행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이외에도 7서와 언해본을 발간했고, 교양서적도 발간됐다. 방각본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실은 완판본은 거의 정리됐다고 볼 수도 있다. 선학들께서 꾸준히 발굴 연구해왔으며, 활발히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총체적인 검토와 종합적인 정리작업은 남아있다. 이는 아주 화급한 일이며,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선은 이 일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약하나마 이 연재를 통해 필자가 오랜동안 준비해온 전주의 옛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주의 옛 책 이야기에 금석문을 빼 놓을 수 없다. ‘서천교 창건비’는 완산교회 앞에 있는 서천교 한 쪽 에 세워 놓은 오석(烏石)으로 만든 약 2m 높이인데, 비문이 잘 보존돼 있다. 근래까지 묻혀있다가 몇 년 전 도로 확장 공사때 자리를 찾게 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본 고을은 주(周)나라로 말하면 빈(?)땅이고, 한(漢)나라로 말하면 패읍(沛邑)으로서 우리나라에 있어선 하나의 큰 도시다. 전주천의 남쪽에 다섯 개의 홍교(虹橋:무지개다리)가 있었는데 이는 장관에 그치지 않고 또한 물을 건너는데 불편이 없다. 그 중에서 서천교는 본디 흙과 나무로 엉성하게 만들어져 있어 가을 장마와 여름철 우기를 만나면 무너져 내리지 않은 적이 없었고 원근의 나 그네 발길이 이어질 수 없었다. 도광(道光 27년 서기 1847년9월)’

 

전주천에 돌로 만든 홍교 5개의 아름다움, 다리를 건너는 황홀한 배경에 다가산 활쏘기 판소리 등이 한 마당을 울리는가 하면 서천교가 중심이 되는 서계서포 다가서포 등 완판본의 옛 인쇄 출판의 규모 또한 조선조의 으뜸이던 전주의 면모를 음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주에는 이러한 비석들이 많이 있다. 지금 신흥학교 교정에 세워둔 희현당(서당)사적비, 중수비, 예수병원 뒤 언덕에 화산서원비, 약령시장비, 남고산 만경대에 암각해 놓은 포은의 시, 명필 창암의 풍남문 현판, 청나라 명필 동기창의 객사 풍패지관(豊沛之館)등. 모두가 전주의 전통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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