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역사문학회 계간 '역사와 문화' 기획특집 '전쟁과 문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국방부 정훈국은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에 전의를 앙양시키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선진계몽활동을 해줄 것을 요구했고, 남한문단은 ‘비상국민선전대’ ‘문총구국대’등을 조직했다. 북한문단 역시 전시체제로 재편됐다. 조선노동당은 ‘문학예술이 인민들의 숭고한 애국심, 인민군대의 영웅성과 완강성, 적에 대한 증오심, 국제주의적 정신 등을 옳게 표현할 것’등 문학의 전투적 기능을 제고하기 위한 제반지침을 제시했다. 이처럼 한국전쟁은 남북한 문학사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미국과 소련, 중국 등 이질적인 문화에 본격적으로 노출된 계기가 됐으며, 역사에서 소외됐던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북역사문학회(회장 나종우)가 발간하는 계간 「역사와 문화」2007 여름호에서는 ‘전쟁과 문화’를 기획특집으로 다뤘다. 전쟁과 문화·문명이 어떻게 맞물려 진화해왔는지를 박재광 전쟁기념관 학예연구관과 강신엽 육군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조명했으며, 신영덕 문학평론가가 ‘한국전쟁기 남북한 소설에 나타난 외국인과 여성을 주제’로 전쟁과 문학의 관계도 진단했다.
신씨는 “한국전쟁기에 발표된 남북한 소설은 외국인의 형상화를 통해 남북한 사회에 미친 미국 중국 소련 등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남한의 일부작품들은 전시상황에서도 동맹군인 미국과 적군인 중국군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소설은 천편일률적으로 미군 중국군 소련군 등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한소설 중 장덕조의 장편소설 「십자로」와 유주현의 「기상도」박연희의「소년과 ‘메리’라는 개」에는 미국인이 등장하는데, 인종차별적 태도를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존재로 재현한 작품들이 많다. 중국인의 참전은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졌음을 강조한다. 김동리의 「폭우속의 인정」 안수길의 「고향바다 」 이무영의「범선에의 길」 김송의「두개의 심정」 유주현의 「영(嶺)」박연희의「무기와 인간」등이 그러한 작품이다. 한국전쟁기 남한소설은 외국인 재현을 통해 남한사회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줌으로써 문학에 미친 전쟁의 영향이 심각했음을 고발한다.
북한소설도 예외는 아니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미군을 악마의 표상으로 재현하며, 미군에 대한 적개심과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설야의 「전별」과 「황초령」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반면 중국인과 소련인은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한설야의 「기적」 이태준의 「고귀한 사람들」이 그러하다.
여성이 전쟁중 어떤 피해를 당했으며, 사회 전면에 어떻게 나서게 됐는지도 당시 소설에 자세히 그려져있다. 남한소설들은 대부분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재현하고 있지만 북한소설은 매우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신씨는 “이와같은 차이는 남녀평등 문제에 있어서 북한이 가부장제인 남한보다 훨씬 진보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계간 「역사와 문화」에는 ‘겨레말 큰사전 편찬위원회 활동과 의의’를 이태영 전북대교수의 글로 살펴봤고, 익산 미륵사를 용신앙과 결부시켜 조명했다. 일본의 견훤전설도 따라가봤으며, 한옥의 건축적 멋도 조명했다. 전통문화도시 탐구에는 경주가 소개됐다. 문화현장 문화비평 등 깊이있는 읽을거리가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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