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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떠나요] '육지속 섬' 경북 봉화 고선 계곡

봉화의 또다른 ‘맛’…은어솔잎구이·봉성돼지숯불구이 ‘일품’

경북 봉화 고선계곡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냉기가 올라와 춥기까지 하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가족과 봉성돼지숯불구이(왼쪽 상단). ([email protected])

떠나야 할 시간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한꺼번에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여름은 ‘휴가철’로 이름이 바뀌었다. 모처럼만에 떠나는 휴가인 만큼 남들과는 달라야 하지않을까. 이번에는 ‘육지 속 섬’으로 불리는 경북 봉화의 오지마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을 켜야 하는 문명의 오지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봉화는 여전히 전국 최고의 오지다. 봉화읍을 벗어나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휴대전화 신호가 약해지다가 불통되는 지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포장도로가 속속 뚫리면서 봉화에서도 오지마을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포장도로 끝자락에 이어진 좁은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의 발길이 드문 오지마을을 운 좋게 만날 수 있다. 이들 오지마을은 이름난 계곡은 아니더라도 ‘와~’ 하는 탄성이 나올만한 깨끗하고 조용한 계곡을 어김없이 끼고 있다.

 

하긴 오지마을로 가는 여행은 '시간여행'이다. 21세기에 살면서 20세기의 추억을 찾아가는 타임머신 여행인 셈이다.

 

화군 소천면 고선리의 고선계곡을 찾았다. 봉화읍에서 36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태백 쪽으로 난 35번 국도로 접어들어 10여 분 달리면 고선계곡 쪽으로 난 좁은 길을 찾을 수 있다. 이정표는 없다. 고선계곡 안쪽에는 아직도 10여 가구가 띄엄띄엄 살고 있다. 고선계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100여 리 원시림을 따라 이어지면서 청정계곡의 진수를 보여준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예부터 이 계곡에는 9마리의 말이 한 기둥에 묶여있는 구마일주(九馬一柱)의 명당이 있다고 하여 ‘구마동계곡’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길은 계곡을 따라 10여㎞가 이어진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지만 오지마을 초입까지는 시멘트포장이 돼 있다. 계곡에는 서너 곳의 펜션형 민박집이 들어서 있다. 한참을 가도 인가가 나오지 않아 인근밭에서 일하는 촌로에게 길을 물었더니 ‘이제 초입’이라며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고 일러준다. 하긴 오지마을로 가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산자락 곳곳에는 허물어진 옛집의 흔적을 볼 수 있다.

 

5㎞쯤 들어가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방향으로 3㎞를 더가면 고선계곡이라는 친절한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부터 보이는 계곡은 아직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던 탓인지 고적하기 그지없다. 수량도 풍부하다. 아무 곳이나 자리를 잡고 발을 담그고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10여 분을 더 올라가자 조선임업개발주식회사 주재소 터가 나왔다. 며칠 전 세워진 비에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주재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이곳은 ‘춘양목’으로 불렸던 금강소나무가 원시림을 이뤘던 곳이다. 일제는 이곳에 춘양목 벌목을 위한 주재소를 세워놓고 수백 명의 조선인 벌목노동자를 동원, 남벌했다. 아니나 다를까. 간혹 산 위에서 목재를 가득 실은 낡은 트럭을 두 차례나 맞닥뜨리는 바람에 그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섬뜩함을 느꼈다. 고선계곡 위쪽의 국유림에서 벌채한 목재를 실어나르는 트럭이었다. 계곡 최상류 쪽은 국유림관리지역이라 자동차가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나 걸어가는 것은 가능하다. 국유림 쪽에도 2가구가 살고 있다. 석포면의 반야분교에 가면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볼 수 있다.

 

아래쪽에서 2만여㎡의 산지에 양배추 등 고랭지채소를 재배하는 김춘학씨(51)를 만났다. 양배추밭 한쪽의 집에는 커다란 냉장고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점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없어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게 좋아요”

 

가족들을 대도시로 보내놓고 혼자서 농사를 짓는 김 씨는 ‘적적하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일을 하고 돌아오면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도 말했다. 계곡으로 내려섰다. 시원한 계곡바람이 불어왔고 물은 차가웠다. 조금 전 느꼈던 더위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깥세상과 3, 4도 이상의 기온차가 났다. 폭염경보까지 내려진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듯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냉기가 올라와 춥기까지 했다.

 

여름 한철 ‘민박집’ 간판을 내걸고 있다는 다른 집을 찾았다. 마당에는 땔감으로 해놓은 나뭇단이 가득했다. 여전히 땔감으로 군불을 지피는 모양이었다. 집주인은 “여름에도 몇 사람 찾아오지 않는데 뭘 물어볼게 있다고…”라며 낯선 사람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오지마을을 체험하려면 고선계곡 외에 석포면의 반야계곡도 괜찮다. 반야계곡은 석포면소재지에서 7km정도 동쪽으로 더 들어가면 노루목이 나오는데 이 재를 넘어서 만나는 마을이 반야마을이다.

 

 

△ 봉화의 또다른 ‘맛’…은어솔잎구이·봉성돼지숯불구이 ‘일품’

 

첩첩산중 봉화지만 먹을거리는 풍부하다.

 

가을에는 춘양목 송이가 유명하지만 요즘은 은어가 제철이다. 소나무 숯불에 은어를 구워서 솔잎을 얹어먹는 은어솔잎구이는 일품으로 꼽힌다.

 

봉성면에 가면 돼지숯불고기거리가 있다. 청정지역에서 기른 암퇘지고기를 도톰하게 썰어 소나무숯불에 구워내는 ‘봉성돼지숯불구이’는 봉화에서만 맛볼 수 있다. 소나무숯불에 구워 테르펜성분이 스며든 돼지고기는 쫄깃한 맛뿐 아니라 성인병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1인분 5천 원. 봉성숯불식육식당(054-672-9130), 태영식당(054-672-9803) 등.

 

/글·사진=매일신문 서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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