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귀퉁이, 혼합재료로 만든 산을 설치하고 미니어처 사람을 올려놓은 임택씨의 ‘옮겨진 산수’. 설치미술이 아닌, 한국화의 장르에 포함된 이 작품은 평면과 회화에서 입체와 설치로의 전환까지 해낸다. 경치 좋은 곳이면 어느새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모텔들. 조용식씨의 ‘모텔이 있는 산수’는 자연과 현시대의 결합이다.
텅 빈 듯한 여백과 농담이 있는 먹그림을 생각했다면, 이 전시에서 얻는 건 ‘감동’보다는 ‘충격’이다.
9월 4일까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신산수풍경(新山水風景)’전. 동양의 재료를 썼지만, 조형과 방법적 측면에서 작품은 동양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지난 5월 서울 관훈갤러리에서 열려 한국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전시가 전주에 왔다. 우진문화재단 제27회 청년작가초대전이다.
“산수와 풍경에 대한 단어적 의미는 동양식이나 서양식이냐와 관념적이냐 개념적이냐의 차이입니다. 어찌됐던 우리는 산과 물과 들판과 도시, 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과 기억이 담긴 풍경을 기초로 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라는 거죠.”
철저하게 사생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들. 덕성여대 스케치 모임 ‘화첩동아리’와 모임을 만든 박병춘 교수, 강사들이 함께했다. 인기를 얻고 있는 서양화와는 반대로 불안정하기만 한 한국화를 둘러싼 환경. 박교수는 “한국화도 진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동양인으로서가 아니라 현대인으로서 우리에게 좀더 가까운 전통의 요소를 필요에 따라 운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동양화라고 불려지는 좁은 세계에서 인식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산수화라는 화목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산수화의 현대화란 문제가 제기된 지도 오래전이죠. 이쯤해서 모범답안 하나쯤은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 산수화의 시대적 한계를 찾아내고 미술의 본질에 대한 개념과 시대성의 성찰이 필요했던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담론들이 오고갔으면 좋겠습니다.”
틀에 가둬놓으면 그 시각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작가들. 이들의 작업은 확실히 실험적이며 개념적이고 주관적이다. 참여작가는 김범석 김봄 김윤희 박능생 박병춘 박영길 이용석 이현열 임택 조용식 한경희 홍주희.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