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여행, 화성시 파인투어(Fine Tour)가 도시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정조대왕의 효심과 전통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융·건릉과 용주사 그리고 개발 독재시대의 상징인 시화호·화성호가 고된 후유증을 딛고 토해내는 진한 생명의 숨결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파인투어다.
화성의제21이 꾸려가고 있는 파인투어의 대상은 융건릉, 용주사, 제부도, 궁평리, 남양호, 입파도, 제암리, 남양 성모성지 등 화성 8경을 비롯해 시화호 남측 간석지의 공룡알화석지, 화성호 철새도래지, 궁평리 사구와 갯벌, 염전 등이다.
물론 이 많은 곳을 하룻동안에 모두 방문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체로 역사·문화를 강조한 융건릉~용주사~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 등의 제1코스와 개발 담론을 곱씹으며 연안생태를 살필 수 있는 궁평리~화성호~시화호 등의 제2코스로 나누어 운영한다.
단체 참가객들의 경우 맞춤식 코스도 가능하다.
화성 파인투어가 특별한 이유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대하는 진지함에 있다.
연안지역을 탐방하는 제2코스의 경우 이런 식이다. 첫번째 방문지인 궁평리 해안에서 참가자들은 이색적인 갯벌체험을 하게된다. '갯벌에 들어가지 않는 갯벌체험'이 바로 그것이다.
안내자는 모래사장에 망원경을 하나 세워놓고 참가자들에게 들이민다.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던 참가자들은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순간 '앗!'하는 외마디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본 것은 갯벌위에서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는 귀여운 칠게. 갯벌위를 칠게 떼가 온통 뒤덮었다.
맨 눈으로 보면 아무런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갯벌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이 갯벌에 들어가는 순간 칠게들은 먹이활동을 포기하고 일제히 몸을 숨길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생명체들도 다칠수밖에 없어요. 갯벌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랍니다.”
굳이 안내자의 친절한 설명이 없더라도 참가자들은 이상한 갯벌체험의 속뜻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 또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해안사구와 그 안에 살고있는 식물들의 절박한 사정도 알게된다.
이어 희귀 철새를 볼 수 있는 화성호와 공룡알 화석지를 품고 있는 거대한 시화호 남측간석지는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에 빠져들 수 있다. 화성호에서는 세계적인 희귀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물떼새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잠시 오지를 누비는 조류탐사대원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시화호 남측 간석지는 공룡알 화석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듯한 가까운 거리에서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간석지의 초지 자체가 압권이다. 완벽한 평지에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외국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이색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운이 좋으면 고라니 무리를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악취를 풍기며 20세기 최대 재앙으로까지 내몰렸던 시화호의 변화된 모습앞에서 참가자들은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진한 역사와 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융·건릉, 용주사 등 제1 코스도 좋다.
사적 206호로 지정된 융·건릉은 정조대왕의 생부인 장헌세자(일명 사도세자)와 경의왕후로 추존된 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과,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으로 이뤄졌다.
융·건릉은 용주사와 함께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곳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 창건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융·건릉에서는 전문 해설사의 맛갈나는 설명을 덤으로 들을 수 있으며 초입의 기품있고 고요한 숲길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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