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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의 발견] '숨쉬는 문학관', 전문 기획자가 맡아야 한다

문학은 차이에 의한 창조와 상상으로 지은 집이다. 그래서 문학관의 운영은 '문학관은 생명체다'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어떻게 유지하고 활용해 시민에게 오래 사랑 받는 공간으로 남을 것인가?' 문학인이나 이와 관련한 전문기획자가 없으면 문학관은 결국 허울만 남는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은 시나브로 허물어지고, 사람을 키우지 않는 문학관과 그 프로그램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문학관은 활동력 있는 전문인력들이 맡아야 한다. 그렇다고 민간위탁만을 운운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위탁은 꽤 괜찮은 방법 중 하나이지만,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 지자체가 위임 혹은 위탁한 단체들의 사업 수행 능력이 의심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결국, 기댈 곳은 지자체 직영이나 민간위탁의 운영방식보다 사람이다. 박물관의 학예연구사나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같은 문학프로그램 전문기획자. 그 지역의 문학지도를 만들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인들을 프로그램에 끌어들일 수 있는 문학인. 문학행정도 알고 지원신청서도 프로답게 써낼 수 있으며, 인접 문화예술 장르와의 연계성도 고려하고, 문화 관광·교육까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전문가다.

 

사람이 중심에 서서 일하지 않으면 늘 같은 아이템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변별력 없이 똑같은 사업만 반복하는 문학관에 누가 두 번째 발걸음 내딛겠는가. 게다가 이제 과거의 낡은 책만으로는 관람객을 모으기 어렵다. 문학 업적을 기리는 유물과 유품이 부족하다면 스토리텔링을 통한 시각적 이미지로 활용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근교에 있는 죤스타인백문학관은 작가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의 1930년 경제공황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그 시대의 풍물, 주거 방법, 서부개척민들의 삶의 자취가 그대로 드러나 관람자들에게는 당시의 선대들이 살았던 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둔뱀이오솔길' '미두광장' '청류광장' '백릉광장' '문학광장' 등 넓은 마당이 있는 채만식문학관은 각 공간의 테마에 걸맞은 디자인과 그 활용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부터 변화를 시작해도 좋다. '해는 여전히 아침이면 동쪽에서 떴다가 저녁이면 서쪽으로 지고, 철이 바뀌는 대로 풍경도 전과 다름없이 새롭고, 조수 밀렸다 쓸렸다 하는 하구(河口)로는 한모양으로 흐린 금강이 쉴새없이 흘러내리고 있다.'(채만식의 탁류 중에서) 문학관 옆을 도도히 흐르는 금강 하구에서, 근대의 숲을 뒤로하고 익어 가는 노을 하나만으로도 채만식문학관은 관람객에게 근사한 추억과 정신의 여유 공간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기우(문화전문객원기자·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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