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으로 배우는 원리, 과학수업 재미있게"
역사는 과학이 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가 기록된 ‘종이’가 과학의 산물이고, 반도체와 컴퓨터, 인터넷, 천체망원경과 우주 공간의 우주선 등 주변의 모든 것이 과학자들의 걸작품이다. 인간의 문명은 과학이 견인해 왔고, 또 앞으로도 이끌어갈 것이다.
과학적 우위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우수한 과학을 앞세운 글로벌기업은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다. ‘메모리 용량이 18개월만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인텔사 공동설립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을 깬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의 ‘황의 법칙(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은 과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학이 위기다. 최근 서울대가 공대 교수 선발에 실패한 것은 단적인 증거다.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있고, 실력있는 과학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및 투자는 후진국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황우석 박사 사건은 과학계에 큰 타격을 안겼다.
이런 가운데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과학교육력 확보에 열정을 쏟는 교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도내 과학교사 동아리 ‘전북과학교사교육연구회’에서 수년간 학술국장으로서 실무를 담당해 온 전병은 교사(전주 중앙중·과학)를 인터뷰 했다.
△새로운 과학실험 연구 개발
전북과학교사교육연구회(회장 조영남·오수고 교사·이하 전북과교연)라는 모임이 있다. 지난 1998년 12월 10일 발기인 모임을 가진 후 이듬해 2월 26일 창립된 이 교사 동아리는 최근 회원수가 무려 200여명에 달할 만큼 성장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초 발기인은 전병은 교사를 비롯 이재천(1대 회장·전주 전통문화고 교감) 고유곤(2대 회장·김제 청하중학교) 조미애(3대 회장·전북기계공고) 등 10여명의 초·중·고 과학교사들이었다.
그 중심에 제4기 전교연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전병은 교사가 있었다.
전 교사는 “일선 과학교사들이 서로 새로운 정보와 수업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과학교육을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것, 살아있는 과학교육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라며 “특히 정규 교과 과정에 없는 새로운 과학 실험 방법을 연구 개발, 모임때마다 회원들에게 소개하고, 이를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고,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과학. 교사들이 모여서 아이들이 좀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이었다는 것.
전교연의 학술국장은 각종 과제를 기획하고, 실행해 나가는 작업을 총괄하는 위치. 지난 2005년까지 학술국장을 맡아 열정을 쏟아온 전 교사는 “동아리가 출범 초창기에는 1주에 1회 모임을 가졌지만, 후에 월 2회로 축소했다”며 “매달 둘째와 넷째 주 화요일 저녁시간에 모여 연구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다보면 10시를 훌쩍 넘겼다”고 열기 가득한 동아리 분위기를 소개했다.
전 교사는 “과학은 생활이고,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어요. 그래서 회원들은 항상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실험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런 고민은 전북과학교사교육연구회가 정규 교과과정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과학실험 방법을 연구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했다고 말한다.
예를들어 ‘폭발하는 비눗방울’은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과학 실험 가운데 하나다. 비눗방울이 ‘폭발’하는 신기함 때문이다. 음료수용 PT병에 채운 물을 전기분해 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 현상을 이용한 이 실험은, 호스를 통해 비눗물 통을 통과한 수소와 산소가 비눗방울 안에 갖혀 있다가 불을 붙이면 ‘펑’하고 터져 물로 변하는 마술같은 실험이다. 덕분에 대전 중앙과학관 등 각종 과학행사에서 인기를 모았다.
전 교사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설명, 수소자동차에 대한 설명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과학캠프 인기 상종가
전 교사는 “전북과교연이 매년 여름에 무료로 개최하고 있는 과학캠프는 인기 상종가”라고 자랑한다.
올해 8회를 맞이한 ‘과학사랑 한마음캠프’는 지난 8월 13·14 양일간 부안 소재 전북학생해양수련원에서 학부모 가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전 교사는 “처음에는 교사 회원 가족 위주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일반까지 확대했다”며 “운동장 한 쪽에 마련된 과학 부스에 회원 교사들이 준비한 각종 과학실험, 만들기 등 체험위주의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밤에는 별을 관찰하는 ‘별 헤는 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캠프파이어와 물 속· 숲 속 생물 관찰하기 등에 참여한 학생 학부모들에게 과교연 과학캠프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은 재미있는 과목
모임을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되는 과학실험, 재미가 더해지는 과학실험은 과교연에 참여하는 많은 동료 과학교사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하며 거둔 소중한 결실들이다.
재미있는 실험들을 통해 아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고, 그 중 몇몇이라도 과학자가 돼 큰 꿈을 펼친다면 교사들은 여한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전 교사는 아쉬움을 느낀다. 사회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또 아이들 가운데 과학을 어려워 하는 것을 보면서 고민도 많이 한다.
전 교사는 “과학은 실제로는 재미있는 과목입니다. 학생 스스로 과학을 어렵다며 자신을 가두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며 “과학이 재미있다는 것을 항상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 교사 자신도 새로운 과학실험을 자주 만들어 내놓는게 힘들다고 토로한다. 전 교사는 “선생님들 모두가 머리를 짜내고 있지만, 새로운 실험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많은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며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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