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정아씨의 추가 혐의로 거론하고 있는 공공조형물 리베이트 문제는 미술계에서는 해묵은 고질병이다.
따라서 미술계에서는 신씨를 겨눈 수사의 칼날이 미술계의 공공조형물 사업 전반을 향해 방향을 돌릴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공조형물은 대중이 이용하는 도심의 건물이나 공원 등에 설치된 미술작품을 통칭하는 말로 1995년 문화예술진흥법에 건축물미술장식제도가 의무화된 후 급증했다.
건축물미술장식제도는 미술계에서 통칭 '1% 법'또는 '0.7% 법'으로 불린다. 서구의 1% 법에서 유래해 국내에서는 1982년부터 권장사항으로 시행해오다 1995년 문화예술진흥법을 통해 연면적 1만㎡이상의 건축물을 신ㆍ증축할 때 건축비용의 1% 이하를 미술품 장식에 이용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됐다.
이것이 2000년 10월부터는 건축비용의 0.7% 이하로 완화됐다.
미술계에서 추산하는 공공조형물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800억원 정도. 공공조형물 기획사 더톤을 운영하는 윤태건씨는 1일 "2003년께 전체 미술시장의 5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현재는 미술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공공조형물은 일반인들이 미술품을 즐길 기회를 주고 미술작가들의 수입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덩치 큰 조형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큰 돈이 오갈 수 밖에 없는 제도의 특성상 미술계에서 대표적인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왔다.
건축주에게 미술품을 알선해주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기는 과정에서 건축주-알선자-작가와 중간과정에 개입한 브로커 간에 오가는 리베이트는 관행화한지 오래고 덤핑 수주, 사후관리 부실 등도 고질병이라는 것이 미술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2006년 5월 국가청렴위원회는 문화예술경연대회, 영상물등급심의와 함께 건축물미술장식제도를 문화예술행정분야에서 부패정도가 심각한 분야로 지목하고 문화관광부에 제도개선방안을 권고했다.
문화관광부는 2005년 10월 건축주가 공공미술기금을 납부하면 미술품 설치의무를 면제해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했으나 아직 처리되지 않고 계류 중이다.
공공조형물의 알선자는 상업화랑과 기획사, 미술관 등이다. 일부 대형 상업화랑을 포함해 공공조형물을 집중적으로 취급하는 화랑들은 일반 전시 못지 않게 공공조형물 거래 수입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씨는 "일반 화랑에서는 보통 전시하는 미술품의 경우 작가와 화랑이 대개 5대5로 판매수익을 나눠갖지만 공공조형물의 경우 작가에게 60-70%가 가고 화랑은 나머지를 갖는데다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고 절차도 복잡해 즐겨 취급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독립큐레이터나 기획자들이 설립한 기획사도 공공조형물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0곳 정도가 활동하고 있지만 작가와 기획사가 나눠갖는 비율은 7대3이나 6대4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도 공공조형물을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설업체를 끼고 있는 기업미술관은 성곡미술관처럼 조형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행 기획사를 끼고 계열 건설업체에 작품을 알선하거나 직접 작품을 알선하기도 한다.
한 독립큐레이터는 "미술관의 경우는 박물관ㆍ미술관진흥법에 의해 작품 거래를 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공공조형물 거래도 위법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지만 정확한 법리 해석이 없어 관행처럼 공공조형물 알선이 이뤄져왔다"며 "관련 업계에서 검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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