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6범서 목회자 새 출발 문병천씨...교도소서 만난 장영달의원 덕분에 사람됐죠
16일 오후 목사 안수식이 진행된 전주완산교회 2층 예배실. 50대 후반의 남성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전과 6범으로 16년간 수감생활을 한 절도범이자 준강도였던 문병천씨(57)는 이날 목사로 새롭게 거듭났다.
임실이 고향인 문씨는 22살에 첫 범죄를 저지른 뒤 불혹에 이르기까지 속칭 ‘또라이’였고 ‘요시찰 문제수’였다.
“변변한 물건 한번 훔치지 못한 좀도둑이었죠. 그렇게 양심과 청춘을 훔치고 팔아가며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과거 현역시절(?) 문씨는 꽤 애교 넘치는 도둑이었다. 다섯 번째 출소 뒤 흉기를 들고 두 남매가 사는 아파트에 침입했던 문씨는 그 집에 사는 여대생이 필요한 만큼의 돈을 주고 커피까지 대접하다 이에 감동,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문씨는 그 여대생에게 “지난 번의 약속은 없었던 걸로 하자”는 편지를 보내고 다시 범행을 저질렀었다.
다시 한 맨션에 침입, 75만원을 훔쳤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너무 큰돈이라 생각한 문씨는 도둑질 한 집에 “40만원을 돌려 줄 테니 신설동의 D다방 카운터에서 찾아가라”는 전화를 하기도 했었다.
문씨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목포교도소에 수감 중일 무렵 현 대통합민주신당 장영달 의원을 만나면서부터.
이웃한 독방에 수감된 두 죄수는 교도관의 감시를 피해 대화를 나눴고 장 의원은 자신이 읽은 철학과 신학서적을 문씨에게 몰래 전해줬다.
문씨의 목사 안수식을 축하하러 전주완산교회에 들른 장 의원은 “부패된 마늘종 장아찌가 반찬으로 나오자 이에 항의하다 독방에 수감될 정도로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문씨를 평가하며 “한번 사는 세상인데 새 사람이 되면 어쩌겠냐는 제안을 한 뒤 문씨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도둑놈 주제에 잔소리나 하는 수감자’였던 문씨는 이후 공부를 시작했다. 교도소 내에서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지난 1989년에는 재소자 신분으로 서울대 사회사업과에 응시하기도 했다. 예상된 낙방, 그러나 문씨는 꿈을 접지 않았고 1990년 출소하고 이듬해 연세대 신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지난날을 뉘우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며 목사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1992년에는 소아마비 장애인인 부인 정경자씨(52)를 만나 화촉을 밝혔다. 가난한 삶이었지만 문씨는 이전의 ‘망나니’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미싱공으로 일하는 부인이 벌어오는 40만원으로 어린 딸과 함께 세 식구가 살아왔고 전도사가 된 문씨는 한 때 자신의 고향이었던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재소자의 선교에 힘썼다.
이날 목사 안수를 받은 문씨는 교회의 목사가 아닌 교도소의 목사가 되길 원한다.
지금도 전주, 영등포, 안양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만나고 있는 문씨는 “교도소 안에서 인연을 맺은 출소자들과 함께 자활 공동체를 만드는 등 재소자의 거듭나기를 위해 힘쓰겠다”며 “재소자의 심정을 가장 잘 아는 목사로서 제가 받은 은혜의 십분의 일이라도 재소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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