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후 흑산도 여행의 으뜸 요소는 홍어이다. 요즘 도시 식당에서 파는 홍어는 거의 칠레산이나 중국산 등 수입홍어여서 우리 토종인 흑산홍어와는 맛이 영 다르다. 무엇보다도 흑산홍어는 썰어 놓은 살 색깔이 붉은 것으로 구별된다. 수입홍어는 잿빛이거나 거무틔틔하다. 맛은 비교할 수도 없다. 흑산홍어는 찰지고 달큼하고 입에 달라붙고 특유의 야간 고릿한 냄개가 나는데 수입홍어에서는 이런 맛과 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도시 식당에서는 수입홍어를 흑산홍어라고 속여 팔거나 가오리를 썩혀서 삭힌 흑산홍어라고 팔기도 한다. 또 식당이나 잔칫집에서 홍어무침이라고 내놓는 것도 대부분 가오리무침이다. 가오리와 홍어의 구별법은, 가오리는 입쪽이 둥그스럼하나 홍어는 뾰족하다. 물론 썰어놓은 살 색깔이 가오리는 누렇기만 하다.
흑산도 홍어가 유명해진 것은 오래전이다. 선조들이 흑산도에서 고기를 잡아 육지에 팔러 나갈때 달포가 걸려 뭍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고기가 상해 먹지 못하였으나 유독 홍어만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 그때부터 며칠씩 보관하였다가 먹는 전통이 내려왔다 한다.
<자산어보> 에는 홍어의 특이한 교미모습을 일컫는 대목이 있다. 홍어 수컷은 큰 생식기 두 개가 꼬리 양쪽에 나 있다. 생식기 끝에는 꺼칠한 가시가 수없이 박혀있는데 암컷과 교접할 때 잘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구조이다. 그런 탓에 암컷이 그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할 때 재빨리 수컷이 올라탔다가 그물을 올릴 때 함께 따라 올라오고 만다. 이를 두고 <자산어보> 에는 "홍어 암컷은 먹이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때문에 죽음을 당하게 되는 바,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만만한게 홍어 o'이라는 말도 있다. 숫 홍어가 잡히자 마자 암컷으로 팔기 위해 생식기를 마구 잘라버린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자산어보> 자산어보>
홍어는 회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이른 봄 홍어간(애)과 보리싹을 넣고 끓인 홍어애보릿국은 해장국으로는 최상급이다. 막걸리와 그 안주로 먹는 홍어를 합해 홍탁이라 하고,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묵은 김장김치와 함께 홍어를 먹는 것을 삼합, 막걸리를 걸치면 삼탁이 된다. 홍어는 매년 가을이 본격적을 시작되는 10월초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성어기이다. 예전에 성행하던 흑산도 홍어잡이는 한때 배가 한 두척만 남을 정도로 쇠퇴했으나 최근에 5척~10척으로 어선이 늘고 어획량도 늘어서 축제를 벌일 만큼 부흥하고 있다.
/여행전문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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