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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의 발견] 내장산 단풍부부축제를 만든 사람들

지역홍보·지역경제 이바지, 주민 주권찾은 축제

내장산단풍부부사랑축제를 만든 멤버들. 왼쪽부터 김용련, 이진우, 이현, 안성렬, 박상주씨. ([email protected])

'내장산단풍부부사랑축제'가 지난 11월 4일 막을 내렸다. 백제가요 정읍사와 천혜의 자연 내장산 단풍을 축제로 부활시켜 전국에 자랑할 만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정읍시와 민간단체가 힘을 합해 야심차게 기획한 작품이다. 이 새로운 방향성을 타진한 축제 역시 지역 홍보와 지역 경제 이바지라는 관광적 차원의 접근일터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축제가 지역민에게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문화의 역량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려면 당연히 지역 문화 일꾼의 참여는 필수적일 것이다. 이번 축제에서 민간부문 일을 도맡아 처리한 김용련, 박상주씨, '태산선비문화사료관'의 안성렬관장, 정읍의 문화지도를 특유의 글 솜씨로 인터넷 신문 '정읍통문'에 소개하는 이진우씨, 가야금연주가 이현씨를 만났다.

 

이번 축제에서 제일 의미 있는 장면을 물었더니 김용련 팀장은 "국화축제 수준이 높다는 말들 들었다”고 말했다. 정읍의 23개 읍면동이 민속경연대회를 개최해서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던 것, 지난 봄 황토현 동학축제는 위에서 내려온 팀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 축제는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즐긴, 그래서 마치 주권을 찾은 듯한 느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아쉬움은 없을까.

 

조각이 전공인 그는 "애써 설치한 구조물이나 축제의 흔적을 깨끗이 원상복구 해놓아야 하는 일이 속상하다”며 국립공원관리공단과의 협조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개최된 전국민속예술인축제의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올봄 황토현 동학축제에서도 실무를 맡았었다.

 

"용역 프로젝트에는 우리 같은 정읍사람을 참여시켜 주지 않으니 저도 박사학위를 꼭 따야겠다”는 그의 말에 "박사 따서 도시로 도망가려고 하느냐”고 이 현씨가 화답,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 현씨는 가야금병창단에서 연주를 하면서 '산호수 음악회'를 개최, 문화일꾼들에게 장소와 음식을 지원하는 문화일꾼들의 '누님'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제는 민예총에서 용역을 맡았고, 정읍사 부부사랑축제 전국화 방안은 배재대에서 했는데 용역팀들은 가끔 전화로 묻거나 이 동네 사람들이 제시한 인터넷 자료를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인용하고는 이쪽 사람들의 수고는 쏙 빼고 맙니다.”

 

이 씨의 말에 이어 '정읍 문화바닥에서 18년째 바닥 일을 맡고 있다'는 박상주 씨가 입을 열었다.

 

"준비과정에서 높으신 분부터 민간인과 잡상인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여기까지 왔지요. 그래도 희망이 생겼다면 조금씩 문화계의 인적네트워크가 늘어나서 내년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중요한 거죠.”

 

그는 전통풍물보존회, 수제천 연주단, 가야금 병창단 고수, 문사정, 집강소 또 국악협회 일에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까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는 사람이다.

 

그에게 꿈을 물었다.

 

"정읍은 빠르게 노쇠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또 내가 살다가 죽을 이 고장을 생기발랄한 곳 문화예술의 중심지를 만드는 것이죠.”

 

안성렬 관장은 3년째 전통혼례를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정읍의 명필인 동초 김석곤 선생의 발자취를 찾는 책을 펴냈다. "저 혼자 한 것이 아닙니다. 탁본하느라 고생을 하기는 했죠.”

 

이날 만난 정읍의 문화일꾼들은 한결같이 '사람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결국 지역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임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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