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짚신 한 켤레 삼아 우리 손주 용돈도 주고, 이 짚신 한 켤레 삼아 할망구 저녁반찬 고등어 사고….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20전 받는 재미로 짚신을 삼기 시작한 김형철 할아버지. 그렇게 그는 여든여섯 한 평생을 짚신을 삼으며 살아왔다. 시골 장터 한 모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그림글씨를 쓰던 이름 모를 혁필가. 냉대를 받으면서도 그림글씨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던 인생 고달픈 화가도 장인이다.
사진작가 조창환 우석대 교수(50·고창신문사 대표)가 사진집 「전라도 명인-전통의 손길」(디아이텍)을 펴냈다. 1982년부터 최근까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명인들과 장인들이 되살아났다.
“이제 와서 죄송하다고 그랬습니다. 대다수가 영세한 생활을 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만큼, 행여 사진에서 초라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사진집에 담겨진 명인 장인은 45명. 앞부분은 예술과 가까운 명인들로, 뒷부분은 삶과 가까운 장인들로 채워졌다. 지정문화재 중에서는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비지정문화재 중에서는 발굴의 의미를 담아 묵묵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는 이들을 선정했다.
명인 장인의 삶이 잔잔하지만 치열하게 배여있는 사진들은 완성되는 과정 역시 녹록치 않았다. 거의 불변이던 조교수의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을 정도. 골목 골목을 뒤지며 작업장을 찾아갔고, 비좁고 어지러운 공간 안에서도 그들 작업이 숭고해 보일 수 있도록 배경처리와 옷차림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건져낸 사진 속 명인 장인 손 끝에는 굳은 의지가 맺혀있다.
사진집은 조교수가 직접 정리한 명인 장인들 삶에 관한 글들로 더욱 의미있다. 그는 “어렵게 견디어 온 명인 장인의 삶이 호흡까지도 그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그들의 육성을 살려 정리했다”며 “표지도 흰 바탕에 금박으로 돌출되게 제목을 써 그들의 깨끗한 마음과 작품 한 점 한 점이 금과 같다는 걸 강조했다”고 말했다.
“언어는 인천공항을 나가는 순간 한계에 부닥치지만, 한 장의 사진은 국경을 초월해 모든 사람을 소통하게 합니다. 문학을 좋아하지만,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영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문학과 영상이 함께 가야할 것 같습니다.”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개인전 초대전을 합쳐 세차례 사진전을 연 사진작가. “내가 오히려 복을 받는 것 같다”며 10여 년째 어르신들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내년 쯤에는 비문화재 중 50명을 선정, 사진집을 하나 더 낼 계획이다.
고창 출신인 그는 “촌놈이라 향토적인 것, 민속적인 것에 관심이 쏠리나 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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