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선언·학술행사·문학교실 성공적 평가...통역·영어자막·행사 취소...곳곳 운영미숙
아시아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이로운 만남은 그동안 제3세계에 드리워졌던 그늘을 걷어내고야 말았다.
14일 폐막한 ‘2007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전주’(전주AALF)가 세계 문학사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역적으로는 문학적 자산이 풍부했던 전주가 한국 문학의 수도로 자리하는 순간이었다.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이 중개없이 직접적으로 소통한 전주AALF는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담은 ‘전주선언’을 낳았으며, 두 대륙을 끈끈한 유대감으로 묶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첫 행사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아쉬움도 있었다.
작가대회와 지역 문화축제라는 두가지 성격으로 설명될 수 전주AALF는 작가대회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대중적인 문학축제로서는 좀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경이로운 충돌, 세상을 깨우다
전주AALF는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변방으로 치부되던 두 대륙의 문학은 서구중심의 세계 문학사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판을 이 곳에서 마련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거부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힌 ‘전주선언’은 문학과 작가의 시대적 소명을 분명히 한 전주AALF의 결실. ‘전주선언’을 통해 전주AALF는 과거 80년대 후반까지 활동했던 비동맹운동 아프리카아시아작가회의 정신을 이어받은 기구로서 그 의미를 인정받았다.
디아스포라, 언어, 여성, 평화, 분쟁지역 작가들 등 5개 주제로 나눠 열린 학술행사는 동일한 아픔을 지닌 두 대륙이 세계 평화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가와의 만남’ ‘특별토크쇼’ ‘시낭송회’ ‘맞장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 작가와 독자의 만남은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학교로 작가들이 직접 찾아간 ‘문학교실’은 작가들과 학생들 모두로부터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 의욕 따라가지 못한 운영
축제 운영은 전주AALF의 앞선 의욕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제행사로서는 낙제점이었다는 지적. 축제를 기획한 것은 작년 말이었지만, 예산 지원이 불과 행사 시작 몇 개월 전에 이뤄지면서 준비과정이 길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영 미숙으로 조직위원장이 즉석에서 개회사를 하거나 통역과 영어자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개막식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실수들은 축제 내내 계속됐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간담회 등은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취소됐으며, 행사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은 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작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작가들의 돌출행동으로 예정됐던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홍보대사를 맡은 한 소설가는 축제 기간 얼굴도 내비치지 않아 빈축을 샀다.
AALF문학관에는 홍보 부족으로 문학을 전공하거나 일부 향유층만이 몰렸다. 이번 행사를 통해 문학이 축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도 있지만, 일반 대중들과의 거리감은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참여작가들을 개별적으로 홍보하거나 작품을 번역해 축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더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전주AALF의 가능성과 방향성
전주AALF 개최와 관련, 집행위원회는 올해 행사를 통해 작가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2년에 한번 열리는 비엔날레 형식으로 전주AALF를 지속할 계획. 집행위는 “‘전주선언’ 기초위원을 중심으로 해외 프로그램 실무위원단 구성을 결의했다”며 “이번 행사에 대한 엄밀한 반성을 기초로 사무처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학술·연구 기능 강화를 위한 부설 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과제는 예산 마련. 이번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것도 예산 절감을 위해 작가들이 직접 실무 진행까지 맡았기 때문이었으며, 오르한 파묵 등 노벨상 수상작가들 섭외에 실패한 것도 결국은 개런티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주선언’을 통해 작가들이 문학상·번역상 제정에 뜻을 모은 만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도 고심해야 한다.
올해 첫 걸음을 뗀 전주AALF. 규모 보다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외 작가들을 교류시키기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나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들 작품을 한국에 번역하고 우리 문학을 밖으로 내보내는 일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다른 도시들도 AALF에 대한 열망이 높은 만큼, 전주AALF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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