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중평굿 지키는 이승철 보존회장
정월 보름날이면 어김없이 마을에서는 굿판이 벌어진다. 보름굿을 통해서 마을 주민들은 한 해 동안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화합의 기회로 삼으면서 신명나게 한 판 놀아본다. 이것이 바로 우리네 축제가 아닐까 싶다.
최근 지역마다 억지스러울 만큼 많은 축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게 태어난 축제들이 지형이나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슷비슷한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는 현실에서 굿판은 마을의 기운을 그대로 담아 낸 진정한 마을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진안 백운면 중평마을에도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어져 온 '진안 중평굿'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정월 보름날이면 '보름굿'을, 한 여름 백중날이면 '술멕이굿'을 벌인다. 이들이 펼치는 굿판은 놀 기회가 별로 없는 마을에 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 진안 읍내에 새로 터를 잡고 큰 동네에서 판을 벌이면서 찾아가는 문화 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중평굿 보존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철씨는 최근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 운영하는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신명나게 제대로 소리를 내주어야 하는데 치배가 잘 모여지지 않아서 어렵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예산도 부족하고 인력도 없어 보존회를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지만, 치배가 모이지 않는 걸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걸 보니 그는 어쩔 수 없는 풍물패였다.
악기가 가득한 사무실과는 달리, 중평굿을 하는 단원들은 모두 전국 각지에서 생업에 종사하다가 판이 벌어지는 날이면 저마다 모여드는데 이제는 그것이 힘이 든 모양이다. 그러나 이승철씨의 마음 속에는 "제대로 된 굿판, 제대로 된 굿을 쳐 내고 싶다”는 바람을 깊이 간직돼 있었다. 또한 전통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내야 하는 굿이기에 처음 시작한 곳에서 다시 만들어내려는 마음가짐도 함께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다운 전통을 다시 세우는 것이 고유한 문화를 가지는 경쟁력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중평굿은 김봉렬 선생에 의해 지켜지고 유지되다가 1992년에 보존회가 결성됐다. 이승철씨는 김봉렬 선생의 소리를 전수받았으며, 8년 전 부터 보존회장직도 직접 맡고 있다. 그는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현재 보존회에서 하고 있는 주민들 전수와 아이들 교육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력 양성과 전수 교육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생각이다. 전통을 잇는 신명난 굿판을 만들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이러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중평마을에서 신명나는 보름굿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구혜경 문화전문객원기자(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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