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들 동상, 표준영정 맞도록 제작돼야" 표준영정 찍으러 오죽헌까지 발길
조각가 황순례 전주대 교수(61). 그는 요즘 작품보다도 힘든 작업을 하나 끝냈다.
모교인 군산여자고등학교에 신사임당상을 새로 세운 것. 군산여고 40회 졸업생인 그는 “교훈적 의미로 만들어 놓은 동상 만큼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작년 이맘때 쯤 모교를 찾았는데, 전공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신사임당상이 눈에 걸리더군요. 무조건 헐어버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 자리를 채워줘야죠.”
시멘트에 페인트 칠을 해서 세워놓은 신사임당 동상. 인자해야 할 신사임당 얼굴은 동상 안에 들어있는 철재 녹물이 흘러내려 흉칙하기까지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가슴 한 쪽이 묵직했다는 그는 결국 신사임당 동상 건립을 떠안게 됐다
“학교에 동상을 왜 세웁니까. 학생들 본받으라고 세우죠. 그런데 엉망으로 만들어 놓으면 쓰겠습니까. 학교마다 위인들을 동상으로 많이 세워놓는 데 표준영정에 가깝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릉 오죽헌까지 찾아가 신사임당 표준영정을 사진으로 찍어온 황교수. 이를 토대로 청동주물로 신사임당 동상을 완성했다. “조소로 표준영정을 닮게 만드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는 황교수는 주물공장까지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신사임당 상만 2m35cm, 받침대도 2m10cm에 이른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황대욱 군산여고 교장은 “여성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시대, 글 읽는 신사임당 모습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며 “선배님이 기증하셨다는 걸 알고 학생들이 더욱 좋아한다”고 말했다. 군산여고는 해마다 열리는 ‘제55회 향파 축제’ 기간에 맞춰 27일 오전 11시 동상 개막식을 할 예정이다.
황교수는 “옛날과 달리 학교에 동상을 세우는 경우가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위인들만이라도 표준영정과 비슷하게 만들자”고 힘주어 말했다. 동물 동상은 미술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재밌는 제안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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