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술관들의 잡음이 미술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정아씨 사건으로 성곡미술관이 물의를 빚어 기업들이 전시 후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데 이어 삼성 비자금 사건까지 터지자 미술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술계 인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꼭짓점을 통과해 살짝 하락세를 보이는 미술경기가 본격적으로 내리막을 걷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면서 주요 구매자였던 삼성을 의식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기업미술관들은 성곡미술관이나 리움미술관 이외에도 SK의 아트센터나비, 금호미술관, 대림미술관, 애경그룹의 몽인아트센터, 한미약품의 한미사진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대우의 아트선재센터 등이 있다.
또 한솔그룹도 오크밸리 내에 미술관 개관을 추진하는 등 대기업 미술관은 적지않으며 해외에서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이 많아 기업경영이나 부동산, 증시 등에서 돈을 많이 번 진짜 부자들은 미술로 관심을 돌린다는 말이 통설이다.
기업들이 문화예술 진흥이란 공익적 차원에서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표방하지만 미술관이 기업의 비자금 돈세탁 통로나 비자금 조성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소문은 미술계에서는 널리 퍼져있다.
공산품과는 달리 작품의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유동적이어서 미술품을 구입할 때 화상의 도움을 받으면 작품 가격을 실제와 다르게 회계처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이 들쭉날쭉하는 고미술품은 한때 중요한 비자금 조성원이었고,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미술품도 그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이 시간이 흐르면 미술관 소장품으로 취급돼 자연스럽게 돈세탁도 가능하다.
게다가 미술관 기금을 활용해 법인 명의가 아닌 관장 개인 명의로 미술품을 구매하면 나중에 되팔때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미술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시기에 개인이 미술품을 소장하게 되면 상당한 재테크도 가능하며 자녀들에게 상속시키기도 쉽다.
미술품 구입 자금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떠나 기업 총수의 부인 등 재벌가 여성이 관장을 맡은 미술관들은 국내 미술계에서는 '큰손'으로 대접받는다.
사간동 모 화랑 관계자는 28일 "신정아 사건은 실제로 미술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지만 이번 비자금 사건은 다르다"며 "해외 작품을 많이 취급하는 화랑일수록 삼성의 구매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들여온다. 작품을 놓고 반신반의하던 컬렉터라도 삼성에서 샀다는 말을 들으면 믿고 구매할 정도로 미술계에서 삼성이 미치는 영향은 다른 기업들과도 전혀 견줄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화랑 중 한 곳인 갤러리 현대의 도형태 대표는 "삼성비자금 사건의 진실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미술시장이 그렇지않아도 주춤하고 있는데 이번 일 때문에 미술시장이 기업의 비자금 형성 통로 등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거론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라고 말했다.
인사동의 모 화랑 대표는 "최근 한 작가의 전시를 개막하자 평소 그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던 홍라희 관장 측에서 들르겠다고 연락해왔지만 공교롭게도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방문하지 않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전시회의 경우 '아무개 재벌 부인이 다녀갔다'는 입소문만 나도 작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번 비자금 사건은 시시비비를 떠나 미술계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사간동의 모 화랑 대표는 "대형 상업화랑들이 여는 국내 중견작가 전시 등에서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직원들이 먼저 와서 전시를 보고 미술관 내에서 의논해 작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홍라희 씨가 가끔 경호원을 대동하고 직접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보고 가면 미술계에서는 홍씨가 입고 온 옷, 타고 온 차량까지 바로 소문이 날 정도로 홍씨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삼성미술관 리움 측은 이번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예정된 기획전시를 보류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현재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미술의 여백'전이 내년 1월27일 끝나면 2월28일부터 '아트스펙트럼 2008'을, 로댕갤러리에서도 12월14일부터 아시아현대미술 기획전인 '나의 아름다운 하루'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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