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전남 담양의 한 야산에서 목을 매어 숨진 한 소년을 애도하면서 이 글을 쓴다.
열여섯 살 난 그 학생의 죽음이 하필이면 저작권법 위반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는 뉴스는 저작권학도인 나를 매우 침통하게 만들었다. 마침 저작권문화학교 강의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어서 더욱 마음이 착잡했다. 그 고교생은 인터넷에서 한 편의 소설을 내려 받은 일이 있는데, 경찰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출석요구서가 날아오자 고민 끝에 자살이라는 극한수단을 택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 세상은 정보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로 엄청난 콘텐츠가 인터넷이라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 중에는 사진, 영상, 영화, 소설 등 저작물이 홍수를 이루어 파일 공유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 같은 데서 네티즌들이 얼마든지 퍼 올리거나 내려 받아 듣고 볼 수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그 일을 무슨 준법의식으로 막기는 어렵다. 아무도 보지 않는 광장이나 행길에 책이나 디브이디를 쌓아놓고 손대면 안 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범죄를 옹호하거나 고소인을 탓할 생각은 없지만, 인터넷범죄와 관련하여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갈 사정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저작권의식은 아직도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 교수들조차 대담하거나 지능적인 표절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사례가 드물지 않고, 더러는 그런 일을 약점 삼아 마땅치 않은 상대방을 쓰러트리기도 한다. 그 상대방이 손을 들면 그것으로 끝이다. 표절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그것을 요격미사일로 삼아 명중 격추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 부도덕성에서는 피차일반이다.
대학생들은 어떤가? 부산의 한 대학 교수가 학생들의 리포트 채점을 하려고 보니, 110명의 학생 중 39명의 리포트가 똑 같아서 표절로 처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을 막론하고 젊은이들이 공유파일에서 영화나 음악을 내려 받는 일은 다반사가 되어 있다.
대학 교수와 대학생들의 저작권의식이 이러할진대, 10대의 어린 세대들에게 어른들도 외면하는 준법을 기대하기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우선 그들은 지능이나 지각 또는 판단력이 어른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어디서 교육을 받거나 계몽을 받은 적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소년에게 경찰에서 난데없는 소환장(출석요구서)이 날아왔으니, 그 두려움이 어떠했겠는가?
서울의 어느 경찰서의 경우, 그런 종류의 저작권법 위반사건의 고소가 한 달에도 3백 건 내지 5백 건이나 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사건에서 누가 그 많은 이용자를 추적하여 범인(?)을 알아냈단 말인가?
보도에 따르면, 모 법무법인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시켜서 그런 작업을 해가지고 무더기 고소를 해놓고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합의금을 받아내곤 한다고 한다. 그 어린 학생들에게 사전에 주의나 경고 한번 주지도 않고 그런 무자비한 짓을 하는 곳이 다름 아닌 법무법인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어린 학생들을 표적 삼아 무더기 고소를 해서 큰 이득을 챙기는 변호사라면, 그 과오가 어린 네티즌의 내려 받기에 비할 수 있을 것인가?
다 큰 성인들에게는 몰라도 청소년들을 상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무더기 고소, 그것은 “법의 극은 무법의 극”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저작권 침해의 예방에는 무엇보다 교육과 계몽이 중요하다. 저작권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침해행위를 하지 않도록 깨우쳐주는 교육이 교과서를 통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에 앞서서, 또는 그와 아울러 교양교육이나 연수, 훈화, 세미나 등에서도 저작권 존중사상을 고취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전문분야를 불문하고 저작권법을 적어도 교양과목으로 채택하고, 표절을 비롯한 남의 저작물 무단이용에 대하여 엄격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
저작권법 위반을 두둔하거나 눈감아주자는 것은 아니지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위법행위 예방을 위한 교육과 계몽, 경고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사안(事案)의 경중과 정상을 고려한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 벌금을 바치면 될 일에서 목숨을 바칠 만큼의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변호사도 자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승헌(변호사·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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