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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복원용 금강소나무 벌채 위령제

백두대간 곤신봉 기슭 등서 26본 벌채

"명(命), 본 금강송을 대한민국 사적 제117호 경복궁 광화문 복원 역사에 쓰임을 명함"

 

김용하 동부지방산림청장이 명령서를 낭독한 뒤 톱질이 시작됐다. 신응수 대목장의 지도로 전기톱의 톱날이 돌아간 지 10여 분만에 지름 94㎝, 높이 20m, 수령 150년에 달하는 소나무가 기우뚱했다. 누군가 "넘어간다"하고 소리쳤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금강소나무가 경복궁 광화문에서 부활한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29일 금강소나무 벌채 현장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해발 700m 곤신봉 기슭에서 산신과 소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거행하고 광화문 복원에 쓰일 목재를 벌채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서승진 산림청장, 도편수, 벌목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벌채 대상 소나무 중 직경이 가장 큰 소나무 한 그루를 선정해 위령제를 지내고 주변 나무에 북어와 창호지를 묶는 소지 매기, 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헌시낭독, 산신과 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산신굿에 이어 벌목을 거행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광화문은 서울의 광화문이 아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장으로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할 기둥은 반드시 백두대간의 금강송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광화문의 기둥으로 쓰인다는 것은 나무로서도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령제에서는 산림청장과 문화재청장이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제주(祭酒)를 올리는 초헌관(初獻官)과 아헌관(亞獻官)을, 행사를 실질 주관한 동부지방산림청장이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관(終獻官)을 맡았다. 헌시낭독은 관동대 엄창섭 교수가 했으며, 산신굿은 민애순씨를 비롯한 강릉 단오제보존회 산신굿 예능보유자 6명이 연출했다.

 

행사 하이라이트인 벌목은 벌채 대상 소나무 1그루를 선정해 강릉국유림관리소 관계자가 손도끼인 자귀로 "어명이요!"를 3번 외치며 그 껍질을 벗긴 뒤 다시 강릉국유림관리소장이 "어명이요!"를 3번 외치고 '산'이라는 극인(도장의 일종)을 찍은 후 나무를 베는 순서로 진행됐다.

 

나무를 베어내는 벌도는 처음에는 2인1조가 되어 재래톱으로 자르기 시작한 뒤 기계톱을 사용했다. 벤 나무는 기계톱으로 가지를 쳐서 다듬는 지타와 조재가 행해졌다.

 

나무는 산림청이 산불진화에 사용하는 초대형 헬기에 실려 보광리 벌채 현장에서 중토장이라는 곳까지 운반될 예정이었으나 이날 강릉 일대에 내린 비로 헬기를 이용한 운반은 취소됐다.

 

이 목재를 포함해 광화문 복원을 위해 벌채되는 금강소나무는 직경 50-90㎝에 이르는 특대재(特大材) 26본(本)으로 건조 처리 과정 등을 거쳐 광화문의 기둥과 보 등에 사용된다.

 

문화재청은 당초 조선 태조 이성계의 선조인 이양무 무덤이 있는 강원 삼척 준경묘 일대 국유 송림에 자라는 황장목을 벌채하려 했으나 이 지역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자 북한의 백두산 소나무를 제공받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 봄부터 산림청과 공동으로 강원 지역 국유림 현장조사를 통해 강릉 보광리 일원에서 6본, 같은 강원 양양군 일원에서 20본을 각각 찾아냈다.

 

이 소나무들은 사람 가슴높이에서 잰 지름인 흉고(胸高) 직경이 90cm 이상인 목재가 2본, 80cm 이상이 11본, 50cm 이상이 4본으로 구성되며, 수령은 80-250년으로 추정된다.

 

보광리에서 이날 벌채된 소나무는 수령 150년 안팎에 재적은 5.2㎥로, 시가 800만원에 이르러 1㎥당 가격은 154만원이다.

 

강원도와 경북 북부 일원에서 잘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으며 껍질은 얇고 붉을 색을 띠며, 심재부(深材部)는 붉은색 혹은 적황색을 낸다. 나이테가 조밀하고 잘 썩지 않아 예부터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드는 데 사용됐으며 현존 국내 최고(最古) 목조건축물인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에도 이 소나무가 쓰였다.

 

산림청 추산에 의하면 문화유산 복원용으로 공급 가능한 소나무는 20만본, 9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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