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목할 만한 동시집이 어느 때보다 많이 출간돼 침체됐던 동시단(童詩壇)에 활력을 불어넣은 해로 기억될 듯 하다.
최명란, 박성우, 김륭 등 시와 함께 동시를 겸하겠다는 젊은 시인들의 선언이 줄을 잇는가 하면, 최승호, 김기택, 안도현, 신현림 등 기성 시인들이 쓴 동시집도 잇따라 출간돼 평단의 관심을 끌었다.
이안 시인이 계간 '창비어린이' 겨울호를 통해 우리 동시계를 날카롭게 진단했다.
이 시인은 비평문 '풍요 속의 빈곤, 빈곤 속의 풍요'에서 "올해처럼 동시단을 많은 기대를 가지고 바라본 때가 없었다"면서 "올해의 동시단은 양에서나 질에서나 어느 해보다 수확이 풍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2년 만에 네 권의 동시집을 쏟아낸 최승호 시인의 경우 비룡소에서 출간된 '말놀이 동시' 시리즈로 기존 동시관을 크게 흔들어놓았다고 지적했다.
동시의 언어와 동시 속의 어린이를 일정하게 억압해왔던 도덕과 당위, 착함의 강박으로부터 시인과 동시, 어린이, 독자를 해방시키고, 자유로운 놀이 속으로 이끌었다는 것.
하지만 같은 출판사가 올해부터 기획, 출간하기 시작한 '동시야 놀자' 시리즈에 참여한 신현림, 김기택 등의 동시집에서는 한계를 발견해냈다.
신현림의 '초코파이 자전거'는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로 우리말의 맛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기획됐으나 의성어, 의태어 운용이 억지스럽고, 작위적이라는 지적이다.
"설설 눈을 부라리며/ 나는 눈뭉치를 던졌다/ 와장창장 유리창을 깨 먹고/…."('사고뭉치' 전문)라고 노래한 시에서 눈을 "설설" 부라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고, '유리창을 '와장창창' 깨트리는 것은 상투적이다.
김바다의 동시집 '소똥 경단이 최고야!'(창비)에 실린 일부 시들의 일차원적인 발상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똥만 주면 내가 대신/ 싹싹 용서 빌어 줄게."('똥파리' 전문) 등의 시는 발상이 지나치게 일차원적일 뿐 아니라 시가 환기하는 바도 표피적이다.
반면 시조 시인 정완영의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사계절)에서는 동시를 담는 그릇으로서 시조가 갖고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염소는 수염도 꼬리도 쬐꼼 달고 왔습니다/ 울음도 염주알 굴리듯 새까맣게 굴립니다/ 똥조차 분꽃씨 흘리듯 동글동글 흘립니다"라고 쓴 '염소' 같은 시는 대상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우리말의 능란한 구사가 운율의 친숙함과 맞물려 시조 특유의 상투성을 가뿐히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번 호에서는 아동문학 관계자와 '창비어린이' 독자 등 모두 108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를 통해 선정한 '올해의 책'도 발표됐다. 어린이문학 부문에서는 유은실의 단편동화 '만국기 소년', 청소년문학 부문에서는 정유정의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각각 선정됐고, 그림책 부문에서는 백석이 쓴 시에 김세현이 그림을 곁들인 '준치 가시'가 뽑혔다.
이밖에 우리 조상들이 '아동'을 어떤 존재로 인식했고, 그런 인식이 교육과 문학에 반영된 양상을 살핀 심경호의 비평 '전근대 시기의 아동관과 아동의 문학' 등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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