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 절정을 향해 치닫던 미술 경기의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하락세는 9월 서울옥션과 K옥션이 실시한 대형 경매에서부터 감지됐고 K옥션이 지난 달 28일 실시한 올해 마지막 경매에서는 더 확실해졌다. 205점이 나온 경매의 낙찰률이 70.7%, 낙찰총액이 70억원이라는 실적부터가 예사롭지않다.
K옥션이 224점을 냈던 5월 경매 낙찰률이 86.2%, 낙찰총액 118억원, 207점을 냈던 7월 경매 낙찰률이 90.34%, 낙찰총액 100억원, 이틀간 476점을 경매했던 9월 경매 낙찰총액이 203억원에 달했던 것과는 확연하게 비교된다.
이번 경매에서는 이른바 '블루칩' 작가의 작품들이 줄줄이 유찰되는 등 경매 전체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현대 작품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이우환 작품의 부진은 두드러졌다.
이우환의 작품은 18점이 나왔지만 절반인 9점이나 유찰됐다.
초반 '점'시리즈 한 점이 유찰된 것을 시작으로 '점', '바람', '조응' 시리즈와 수채화, 테라코타 까지 이우환의 모든 경향의 작품이 줄줄이 유찰된 것은 최근에는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1억원대에서 7억원대까지 비싼 이우환 작품이 무더기로 유찰된 것은 낙찰총액 감소에 직접적으로 연결됐다.
또 작품가격이 1억원 안팎인 이대원의 작품 2점이 유찰되고 3억5천만-4억5천만원에 나온 백남준의 작품이 유찰된 것을 비롯해 권진규, 이숙자, 고영훈, 이강소, 권옥연, 유영국, 박서보, 김흥수, 윤병락, 김은진 등 유찰작품은 작고작가, 원로작가에서부터 젊은작가의 작품까지 광범위했다.
경매회사들이 너무 비싸진 국내 작가 작품을 대신할 투자대상으로 부각시킨 해외작품도 저조했다.
최고 인기의 중국 현대미술작가 장샤오강의 '동지'(추정가2억5천만-3억원), 웨민쥔의 1억-1억5천만원짜리 작품 2점, 베르나르 뷔페, 요시토모 나라 등의 작품이 무더기로 유찰됐다.
경매 분위기 위축은 신정아씨 사건, 삼성 비자금 사건 등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지나친 가격 상승세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졌고, 유명작가의 작품이라도 잘된 작품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 등 작품의 질을 따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술경기가 정말 진정되고 있는지는 이달 5일 실시되는 서울옥션의 경매에서 다시 한 번 진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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