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은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을 한국사의 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다. 물론 이 드라마가 없었다 해도 정도전이 한국사, 특히 조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간단치 않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성계가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란 신왕조를 개창한 드라마의 명목상 주인공이라면, 정도전은 그 역성혁명을 기획하고 실행한 '그랜드 디자이너'였다.
정도전에 관한 학문적 접근 방식 일체를 '삼봉학'(三峰學)이라 규정하면서 그 확산을 표방하는 삼봉정도전선생기념사업회(회장 한영구)가 2003년 11월 이후 4년만에 다시 삼봉학 학술회의를 연다.
첫 번째 행사 주제가 '정치가 정도전의 재조명'이었던 데 비해 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되는 이번 제2회 대회는 '정도전 성리학의 국제적 위상'을 내걸고 정도전 철학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성리학(性理學)과 불교비판론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를 위해 국내 연구자 3명과 국외 전문가 2명이 삼봉학의 철학적 기반을 점검한다.
중국사회과학원 홍쥔(洪軍) 교수는 삼봉 성리학을 정주학(程朱學)과 비교하며, 일본 히로시마대학 이치키 쓰유히코(市來津由彦) 교수는 삼봉 성리학을 17세기 일본을 대표하는 주자학자인 하야시 라잔(林羅山.1583-1657)과 대비한다. 국내에서는 윤사순 고려대 명예교수와 동국대 김종진 교수, 단국대 문철영 교수가 각각 삼봉의 척불론과 문학관, 그리고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글을 발표한다.
이 중 이치키 교수의 글은 주목해볼 대목이 있다.
그에 의하면 정도전과 하야시는 주자학적 사유 구조에 입각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상통한다. 즉, 여말선초에 활약한 정도전과 전국(戰國)시대가 지난 뒤 에도(江戶)시대 초창기에 활약한 하야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체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그 이전 시대 주도적인 이념인 불교를 부정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도권내 주자학자인 정도전의 불교비판이 제도 안에서 이뤄진 데 비해, 하야시는 제도권 밖에서 자유로운 불교비판을 행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이치키 교수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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