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사랑해 하며 곧 품에 안길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아들이 깨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잠들었다가 막상 눈 뜨면 그대로인 아들을 보며 절망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통해 우리 가족은 더 똘똘 뭉쳐 화합할 수 있었고 용서와 겸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아들을 7년째 지극 정성으로 간병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김제시 신풍동 K아파트에는 누워있는 작은 천사 지동한군(15)과 이를 7년째 돌보는 지충렬(47)·이금선씨(43) 부부가 함께 살고 있다.
하루 종일 방에 누워 뜬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는 동한이는 장기에도 마비가 진행돼 스스로는 대소변도 볼 수 없다. 어머니 이씨는 목에 뚫린 구멍에 호스를 넣어 가래를 걷어내야 하는 등 아들의 간병을 위해 바깥출입은 물론 하루도 맘 편히 자 본 적이 없다.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하던 동한이가 이상증세를 보인 것은 초등학교 2학년인 지난 2000년께, 새벽에 경기를 해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2주 뒤 또다시 경련을 일으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간질 증세가 의심된다는 진단과 함께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병세는 더 악화됐고 급기야 몸을 가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인모를 증세에 병명을 알기 위해 찾은 서울의 한 병원에서 부부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희귀성 바이러스에 감염돼 앞으로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이었다.
백방으로 뛴 부모의 노력에 다행히 3개월 뒤 바이러스는 사라졌다. 그러나 동한이는 전신이 마비된 상태였다.
다시 집으로 내려왔지만 치료약은 없었고 처방하는 약은 다른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전북대병원에 있던 동한이가 심각한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살 가망은 없어 보였다. 새벽 3시께 연락을 받은 지씨는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김제에서 전주까지 향했다. 그러나 그날따라 지독하게 심한 안개는 한치 앞의 시야도 허락지 않아 20여분이면 족할 거리를 50분 만에 도착했다. 통상 30분을 넘지 않는 심폐소생술은 도착이 늦어지는 지씨 때문에 1시간가량 진행됐고 지씨가 도착할 무렵, 동한군의 심장은 기적적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부모의 애타는 마음과 의료진의 정성에 동한이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씨 부부는 말했다.
“좌절 같은 건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가족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언젠가 동한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씨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동한이에게 “사랑한다. 아빠 출근한다”라고 말한다. 그 때마다 웃으며 인사하는 동한이의 표정과 말을 지씨는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동한이는 다른 이의 말을 느낄 수 없고 설혹 반응을 보이더라도 조건반사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한이의 웃음과 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씨 부부 역시 동한이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긴 간병에 “도대체 언제 일어날까. 우리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에 지치기도 한다.
그러나 지씨 부부는 지금 사랑스런 동한이를 바라볼 수 있는 것, 만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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