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원을 문화센터로서 중심기능 살리고..."
무주로 들어서는 길목은 며칠 전 눈이 내렸는지 하얗게 변해버린 덕유산이 먼저 반기면서 굽이굽이 끼고 도는 계곡의 차가운 물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기에 당연히 사람 냄새도 훈훈하게 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찾아간 곳은 안성면에 있는 '무주 도예원'. 좁은 동네 길을 따라 중간쯤에 위치한 이곳은 입구에 도예벽화가 설치된 폐교였다. 건물은 여전히 학교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운동장 한편에 자리 잡은 장작 가마는 여전히 온기를 전달해주고 있다.
무주도예원이 만들어진 것은 2002년 3월 나운채(도예가. 48)씨가 장수 지지골에서 무주로 오면서 무주군에서 폐교를 매입하여 설립한 것이다. 처음에는 창작스튜디오 개념으로 시작하였으나 나씨의 제안으로 시골이라는 지리적인 여건을 살려 도예라는 단일 장르로 이루어지면서 현재의 도예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작 스튜디오의 시행착오를 감안한다면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독창성으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점이다.
도예원은 무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무주는 현재 여러 문화시설들이 있지만 시설 운영에 대한 하드웨어의 지원이나 내용적인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보면 도예원은 하나의 문화 센터로서 중심의 기능을 살리고 문화 인력과 문화적인 자산을 배출하면 자연스럽게 투자한 이상으로 문화적인 영역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라는 생각을 전한다. 그만큼 문화에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또한 매월 10월 마지막주 토요일에는 '마당불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올해로 8회를 마친 이 축제는 그 의미도 남다르게 보인다. 지역의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들이 비슷한 유형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반해, 마당불 축제는 도예원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살려 지역의 문화를 담아내려고 고민하면서 마당에서 불을 지피는 것을 중심으로 연극, 공연, 체험, 전시 등 해마다 테마별 기획하고 있다.
축제가 가지는 중요한 점은 사람과의 소통을 중요시하여 주민을 문화에 대해 자각시키면서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는 매개 역할을 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창작도예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은 내용적인 면 보다는 화려한 이벤트에 집중되어 있어서 자생적인 지역의 축제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비단 이 축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눈을 조금만 더 틔워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문화를 인정하고 보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도예원에서 작업하고 있는 민중기씨(도예가)도 운영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예술 창작에 있어서 늘 갈급할 수밖에 없는 안정된 예술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다는 것과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문화는 숨통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무주도예원의 지킴이들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전달하고 살아가는 숨을 틔워주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며 한 발씩 내딛는 발자국이 힘겨워 보여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구혜경 문화전문객원기자(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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