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만난 고즈넉한 아름다움
“앞으로 더 좋은 작업을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크죠.” (김두해)
“엄청난 시간이죠. 말로 표현이 안됩니다.” (이흥재)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 숙명이라고나 할까요?” (선기현)
갈대밭에 나란히 서있는 세 사람의 사진은 흡사 ‘도원결의(桃園結義)’한 이들 같다.
서양화와 사진, 구상과 비구상. 공통점이라고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세 사람이 만났을때 사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두세번 전시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이들은 올해 성인식을 치른다.
스무번째 삼인전을 열게된 서양화가 김두해(53) 선기현씨(51)와 사진작가 이흥재씨(53). 90년대 유행처럼 번진 삼인전은 현재 공예 분야 한 의 전시를 제외하고는 이들 뿐이다.
70년대 말 막걸리를 마시며 전시를 기획했다는 세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친구사이였다. 오랜기간 삼인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성격 보다 인간적인 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분야지만 함께하는 모험(?)을 택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야 잘산다는 이야기도 있고 정 반대인 사람들이 만나야 잘 산다는 이야기도 있는 것처럼 우리는 겉(작업 분야)은 완전히 다르지만 속은 같습니다. 삶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관이 똑같으니 지금까지 지겹게 만나는 거죠.”
이씨가 오랜 시간 함께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했다. 선씨는 “같이 붙어다니다 보니 먹는 취향도 비슷해져 술집 가면 시키는 안주가 똑같다”고 말했다. 세사람은 어느덧 일상까지 닮아버렸다.
강산이 두번은 변했을 시간을 작가들은 잊고 살았다. 첫 삼인전 베너와 스무번째 전시의 베너를 함께 보니 이제야 실감을 한다는 작가들은 “같이 묻혀지내 잘 몰랐는데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지난 시간을 회고했다.
20주년을 맞아 전시 규모는 더 커졌다. 김씨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대작으로 엮어냈다. 큰 작품이라 작업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올해는 사람들 기대가 더 클 것이라 미리 예상한 것.
선씨는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소재로 ‘젓어대는’ 느낌의 붓터치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8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독특한 제목을 더한 존재학적인 작품에서는 재미마저 느껴진다. 이씨는 기존의 사진 작품과 함께 인화지 대신 넥타이에 사진을 현상한 작품을 선보인다. 다른 작품들과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회화적인 요소를 많이 더했고, 3m가 넘는 천에 3점의 사진을 인화한 새로운 시도도 감행했다.
이들에게 전시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상에 불과하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며 좋은 일 어려운 일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친구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해마다 전시가 끝나면 함께 여행을 떠나 다른 사람의 부러움과 미움을 산다는 세사람. 개인전보다 더 힘들다고 얘기하면서도 활동을 하는 마지막까지 삼인전은 계속 된다고 단언한다. 전시는 21일부터 2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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