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학지도' 발간사업 3권 펴내며 마무리
(사)전북작가회의가 지난 2004년부터 3년 계획으로 진행해 온 ‘전북문학지도’ 발간 사업이 3권 「사람의 마을에 꽃은 피고」(소울)를 펴내며 마무리됐다.
전북지역 14개 시·군에 산재해 있는 문학자료를 수집, 문학유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한 이번 작업은 문학으로 읽는 이 땅의 역사. 기존에 있어왔던 학술적 접근에서 확대돼 공간별 유·무형 문학유산의 분포와 가치를 체계적으로 담은 데 그 성과가 있다.
1권 「땅은 바다를 안고」(동방미디어)는 짭짤한 소금기가 흐르는 서해안과 아찔한 문학의 깊은 속살이 격렬하게 몸을 섞는 곳 군산과 김제, 부안, 고창을 다뤘으며, 2권 「길은 길을 묻는다」(두인)는 무주와 진안, 장수, 임실, 순창, 남원 등 동부산악지역을 장장 9개월 동안 걸으며 발로 쓴 기록이다. 1권이 선배문인을 찾아가는 종적인 개념이었다면, 2권은 문인 서로간의 횡적인 면이 돋보인 기획이었다.
전주와 완주, 익산, 정읍지역을 정리한 3권은 작가를 만났고, 작품의 무대를 찾았으며 후손들을 만나 뒷이야기도 들었다. 3권 집필은 최기우 극작가와 박태건 시인, 이대규 평론가가 맡았다.
전주·완주편에서는 지역 문인들의 생가와 시비·기념비의 위치가 정리됐다. 전주천 물길 따라 흐르는 시와 소설을 정리하고, 창살 속에서 젊음들이 스러져간 전주교도소를 문학적 공간으로 엮어낸 것도 흥미롭다.
‘떠돌이의 고향’ 익산편에서는 ‘서동요’부터 현재 익산에 살고있는 ‘서당 회초리 같은 시인 최형’까지 이른다. 학원문학은 종종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는 ‘학연을 통한 문인 계보’가 아닌, 80년대 문청들의 뜨거운 열망으로 해석됐다.
현전하는 최고의 백제가요인 ‘정읍사’를 낳은 곳이자 가사문학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상춘곡’이 쓰여진 정읍은 현대에 들어 문화적 위상은 낮아졌지만, 호남문학의 시원으로서 ‘정읍사’와 ‘상춘곡’을 읽는다. 갑오년의 아우성을 기억하고 있는 문학에서 문학이 지닌 힘도 느낄 수 있다.
문학지도를 마무리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역 수필가들의 작품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점.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어도 자기 경험과 기억을 담아놓기 마련인 수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놓치기에는 아까운 것들이다.
간행위원들은 “문학지도의 출발은 사실 선배 문학인들에 대한 일종의 경배의식에서 시작했다”며 “이 땅의 문학이 쌓아놓은 업적에 비해 지면이 턱없이 좁아 아쉬웠지만, 문학의 숭고한 이념이 사람에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북 토양에서 배출되고 빛을 발하게 된 작가들과 작품들을 조명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