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국어'를 빛낸 '전북문학의 힘'
전국의 모든 학생이 이 한 권을 붙들고 공부한다. 오직 한 권만이 인정받는 국정교과서 ‘국어’.
국정교과서에 작품이 실린다는 것은 작가들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검정교과서 중에서 학교마다 선택하게 되는 일반 과목들과 달리, ‘국어’는 국정교과서를 의무적으로 채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과정은 까다롭다. 교과서를 만드는 팀이 구성되면, 작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은 단 한 편이지만, 선정과정에서는 작가의 전 작품을 검토한다.
과거 6차 교육과정에서는 한국 문학사와 문단에서 작가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권위를 고려해 작품을 선정했었다. 작가 선정에 있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작고작가들의 작품을 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 7차 교육과정에서는 작가보다는 각 학년마다 지향하는 교육 내용과 수준에 맞춰 작품을 선정했다.
국정교과서에 작품이 실리면, 작가들은 1년에 두차례 공식적인 저작권료를 받게 된다. 참고서나 학습지의 지문으로 활용될 때는 별도의 사용료를 받게 된다.
현존하는 작가들 중 전북에서는 어떤 작가들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렸을까?
우선 초등학교 과정에는 아동문학가 김자연씨의 동화 ‘항아리의 노래’가 4학년 1학기 책에 실렸다. 김씨는 “운문과 달리, 산문은 교과서에 전문이 실리기가 어렵다”며 “서운한 점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내 작품으로 공부한다는 점에서 기분 좋고 책임감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6학년 1학기 책에는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안도현 시인의 산문 ‘연어’가 실렸다. 물론, 그는 전국에서 교과서에 가장 많은 작품이 실린 작가다. 중학교 1학년 책에는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란 시가 소개됐으며,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는 ‘너에게 묻는다’ ‘또 하나의 길’ ‘모닥불’ ‘사랑’ ‘연’ ‘연탄 한 장’ 등이 수록됐다.
중학교 과정에는 시인이자 임실덕치초등학교 교사인 김용택씨의 시 ‘교실 창가에서’와 ‘농부와 시인’, 산문 ‘창우야, 다희야, 내일도 학교에 오너라’가 2학년 책에 함께 실렸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는 ‘섬진강 1’이 소개됐다.
남원 운봉중학교 교사인 복효근 시인의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은 중3 교과서에 실렸다. 복시인은 “시가 좋다기 보다는 시의 표현을 가르치는 중3 과정에서 예로 들기 적절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정읍 출신인 윤흥길 한서대 교수의 ‘장마’도 중2 교과서에 실렸다. 윤교수의 ‘장마’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만 4종에 수록됐으며,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도 3종에 실렸다. 전주 출신으로 지금은 ‘홍지서림’ 주인으로도 잘 알려진 소설가 양귀자씨의 ‘원미동 사람들’은 중학교 3학년 책에 실렸다. 양씨의 ‘원미동 시인’은 상문, ‘한계령’은 교학과 금성에서 펴낸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좀더 많은 지역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국정교과서인 ‘국어’ 이외에도 출판사가 펴내는 ‘문학’ 교과서만 18종이기 때문이다. ‘문학’ 교과서에는 군산 출신으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의 ‘머슴 대길이’가 실렸다. 소설로는 전주 출신 최일남씨의 ‘흐르는 북’과 정읍 출신 신경숙씨의 ‘감자 먹는 사람들’과 ‘외딴 방’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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