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 주변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슈가 되면서 매장 문화재 지표조사 제도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문화재청과 고고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제도 개선책을 둘러싸고 지난해 격화됐던 양측의 대립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양측은 지난해말 문화재 지표조사 대상 면적의 조정 등을 비롯한 지표조사 제도 개선 논의를 매장 문화재 지리정보시스템(GIS) 구축 이후에 전면 재검토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매장문화재 제도 개선책의 일환으로 문화재 지표조사 대상 면적을 현행 3만㎡에서 10만㎡로 상향하고 1만㎡ 이하 공사 예정지에 대한 발굴 허가권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등의 안을 내놨고 고고학계는 '명백한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최병현 숭실대 교수가 문화재청 개선안에 반발해 문화재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유홍준 청장까지 나선 몇 차례의 간담회 끝에 일단 GIS 구축 이후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기로 지난해 11월께 합의하며 일단 논란을 봉합시킨 상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선 현행 지표조사 대상 면적인 3만㎡를 유지하면서 GIS 구축 이후 제도 전반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며 "지표조사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부터 1㎡까지 지표조사를 실시하는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GIS는 전국의 문화유적을 조사해 '문화유적분포지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유적정보와 지리정보를 통합해 인터넷에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이르면 2009년에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또다른 쟁점인 발굴 허가권의 지자체 이양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의 신청이 있어야하고 고도(古都)지역을 제외하는 등의 선행 조건을 갖출 경우 시범적으로 실시하자는 내용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논란이 됐던 지표조사 대상 면적 상향과 관련해 양측이 뚜렷한 합의안에 도달했다기 보다는 일단 논란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것에 불과한 만큼 향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고고학계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대운하 건설과 지표조사 완화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GIS 구축 이후 논의를 재개한다고 하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해 GIS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GIS의 효용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후 지표조사 완화안을 다시 내놓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상길 경남대 교수는 "문화재 지표조사는 해당 지역에 문화재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재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서 실시돼야 한다"며 "문화재 지표조사가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정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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