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박물관 아우성..불특정 국민에 전가
5월부터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의 관람료를 없애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이 국민의 문화 향수권 확대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역풍을 만나고 있다.
전국 31개 국립 중앙-지방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무료관람제 실시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무료관람 실시를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반발이나 우려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임을 절감하고 있다"고 2일 말했다.
가장 큰 반발은 운영 유지비의 상당부분을 관람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 쪽에서 나오고 있다. 이 문화기관들은 새 정부의 무료관람제 방침이 자칫 생존까지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립 문화기관들은 "관람료가 폐지되면 관람객은 국립 기관으로 몰리기 마련이며, 나아가 사립기관 또한 관람료를 폐지하라는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면서 "그에 따른 (사립 기관들의) 손실은 국고로 보전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박물관협회 관계자는 무료 관람제가 지닌 원천적인 모순점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관람료 폐지는 그 손실에 상당하는 액수만큼을 정부예산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결국 박물관 운영 경비의 일부를 이용자에게 물리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국민에게 전가하는 역설을 낳고 만다"고 말했다.
관람료를 폐지하고 그에 따른 문화시설의 유지보수 운영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이 시설을 평생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는 국민에게까지 그 부담을 지우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문화시설의 운영비 중 일부를 이용자들이 부담해야 하는지, 아니면 국민에게서 징수하는 세금으로 충당해야 옳은지는 세계 각국에서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가 되고있다.
더불어 무료관람제가 외국인 관광객 수입 감소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박물관을 통틀어 관람객 전체와 외국인 관람객 수에서 모두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내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관람객 174만6천명 중 외국인 관람객은 52.5%에 해당하는 91만5800명이었다.
외국인 관람료 수입은 따로 통계수치를 내지 않고 있으나, 내국인 관람객 중에 무료관람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민속박물관의 전체 관람료 수입 9억2천300만원 중 외국인이 지불한 관람료는 7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박물관, 미술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무료관람제에 따른 '관람 무질서'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료 폐지가 관람객 증대와 그에 따른 국민 전반의 문화향수 증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관람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문화시설들을 시장판처럼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국립박물관ㆍ미술관의 무료관람제 도입은 시행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수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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