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100권 낸다는 것은 큰 일입니다. 잡지를 만든다는 게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시간을 낸다는 것도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접으려고 한 적도 있지만,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200호까지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3월호로 「열린 전북」 100호를 펴낸 발행인 윤찬영 전주대 교수(47)와 편집위원장 채수홍 전북대 교수(45)는 “앞날이 잘 보이지 않을 때마다 불씨를 살리고 횃불을 들어온 이들이 있었다”며 “서로의 격려와 노력으로 이제는 조금 환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해본다”고 했다.
「열린 전북」은 1999년 말 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돼 주주형 잡지를 만들기로 하고 각각 100만원씩을 내 창간했다. 강준만 김동민 송기도 이정덕 윤찬영 등 성역없는 비판과 정론을 주장해 온 교수들이 창간 멤버. 이정덕 전북대 교수와 함께 창간 멤버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윤교수는 “여전히 재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롭진 않지만,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제법 잡지로서 모양새를 갖춘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나 지식인들이 중심이 됐던 초기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반감을 가진 분들도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열린 전북」이 다루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슈들이 지역민들과 유리되고, 어렵고 무거운 ‘논문요약집’처럼 우리들만의 논의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죠. 우리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하기로 한 이상, 다루는 주제 뿐만 아니라 편집위원, 필진 등을 다양하게 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윤교수와 채교수는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잡지 색깔도 달라지는 것 같다”며 “과거 정치학이나 자연과학을 전공했던 교수들이 편집위원장일 때는 좀더 진지했다면, 지금은 추상적인 논쟁의 장 보다는 지역민의 일상적 삶을 이해하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발행인을 맡고있는 윤교수는 사회복지학을, 2007년부터 편집위원장을 맡고있는 채교수는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다.
“「열린 전북」은 기성언론에 대한 반작용이지, 기존 언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역시 1권 더 팔리고 덜 팔리는 일에 일희일비하고 구독자와 후원금 확보라는 문제를 안고있지만, 광고주나 관의 눈치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거나 순화시켜서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독립언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입니다.”
윤교수와 채교수는 “초기에는 ‘대안언론’을 표방했지만,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답을 내렸다”며 ‘독립언론’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열린 전북」이 지향하는 것은 ‘시민언론’. 시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사안들과 주제들을 이슈화시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서 「열린 전북」의 존재의미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대학생 객원기자와 시민필진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열린 전북」 100호에는 ‘열린전북, 100호를 발행하다!’가 특집으로 실렸다. 공식적인 기념행사는 10주년인 내년에 더 큰 비중을 두기로 하고, 10일 운영위원회와 편집위원회, 주요 필진 등이 함께하는 조촐한 자리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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