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엽씨, 20여년 구슬땀 "잘못 알려진 기록 바로잡기 성과"
"전북에 미술사가 별로 없습니다. 새로운 자료를 찾아 재조명하고 정리해야 마땅하지만, 이런 노력 없이 잘못된 부분을 재탕 삼탕하며 오류들을 정설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전북 미술사를 새롭게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해놓고 보니 부족한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네요."
20여 년 전부터 묵묵히 지역 미술사 정리를 준비해 온 이용엽씨(68). 「전북미술 약사」(전북역사문화학회)를 펴낸 그는 "다만 다음 세대들이 미술사를 다시 쓸 때 참고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서화가들의 일대기를 비중있게 다룬 이번 작업이 단순히 지역사적 차원을 넘어 문화 전반을 제대로 알기 위한 문화사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씨가 '발품 파는 연구자'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서화가들의 문집과 각종 전적, 지방 사료에 대한 정밀한 검토는 물론, 탄생지와 묘소, 활동 자취가 남아있는 곳을 여러 차례 답사하는 등 현지조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이씨는 「전북미술 약사」에서 조선 초부터 1970년대까지를 비교적 폭넓게 섭렵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작고한 향토사학자 작촌 조병희 선생과 서양화가 이복수 선생이 평생 수집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많은 증언을 해줬다"며 "오랫동안 준비해 왔지만, 일제 강점기를 지나고 해방 후 혼란기와 6·25를 겪으면서 많은 자료가 소실되고 증언할 사람도 대부분 사망해 자료 수집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조선시대 이후 전북 서화인들의 활동'을 주제로 '조선시대 전북서화의 맥'과 '전북의 서양화 도입'에서 총 123명을 다루고 있는 이씨는 남원의 윤계석, 임실의 전학순, 전라도 도사를 지낸 유재호, 진안의 박소산, 인물화가 채용신, 동양화가 최북, 익산의 서홍순 등과 관련된 묻혀졌던 자료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윤계석의 경우 3년이란 시간을 투자했으며, 서홍순과 관련해서는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생몰연대 등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것들을 바로 잡은 것 역시 큰 성과. 서화 80여점, 서양화 40여점, 사진 300여점도 함께 수록했다.
「전북미술 약사」를 통해 6·25 전후의 전북화단을 정리한 것도 흥미롭다. 50년대 전북 서양화가 지역 분포, 군산과 전주의 지방화단 실태, 지역의 대표적인 아마추어 모임 '전주일요화가회'에 대한 기록도 생생하다.
진안 출생으로,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부지회장과 진안지부장을 역임한 이씨는 현재 전북역사문화학회 부회장과 전주문화원 동국진체연구소장,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미술대전 30년사」(1999)를 발간했으며, '추사 김정희의 전북지역 금석문 연구' '인물화가 채용신' 등 전북 미술 관련 논문들을 다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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