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귀하던 시절에 아이들은 어른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책이 많아지고 한글 습득 시기도 빨라진 요즘에는 '듣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는 '고집 센' 어른들이 있다.
어린이 도서연구회 전주지회에서 '책 읽어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엄마들이다.
이 곳에서는 초·중등학생 자녀를 둔 15명의 엄마들이 '책 읽어주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자녀들의 학교와 도서관, 작은 공부방, 복지관 등이다.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어주느냐'는 질문에 모임의 대표 박상지씨(46)가 말했다.
"우리의 문화는 들려주는 문화였습니다. 들으면서 상상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갔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소리를 들으며 그림을 봅니다. 그러면서 생각의 나래를 펼쳐 상상하는 즐거움에 빠지게 됩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이주여성들도 '책 읽어주기 운동'의 혜택을 받는다. 회원 소옥주씨(40)는 무지개 도서관에서 주 1회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를 한다. 소씨는 "책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때때로 들은 내용과 자신들이 겪는 현실이 비슷할 경우에는 그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책 읽기를 들어야 할 사람이 약속된 시간에 오지 않을 때도 있고 한두 명을 위해서 정해진 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읽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는 회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책 읽어주기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듣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책이 지식을 쌓기 위한 도구로써만이 아니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들었던 옛날이야기는 어른이 된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 듣는 즐거움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읽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나누게 될 행복을 위해서 고집 센 엄마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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