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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반값' 약속들 어디로 갔을까? - 김민영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지난 2006년 말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를 들고 나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부동산정책이야말로 참여정부의 최대 실정이라 맹공을 퍼부으며 반값 아파트로 서민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으니 국민들의 눈과 귀가 한나라당에 쏠린 것은 당연하다. 무능한 좌파정권에 맞서 획기적인 민생정책을 내놓는 한나라당이야말로 민생정당이며 정책정당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반값아파트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지라 한나라당은 뒤이어 '반값 등록금' 정책을 발표하고 지난 대선에서는 '사교육비 절반'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내놓기도 했다. 이것뿐이었는가? 아이들 키우는 보육비는 국가가 책임진다고 선언을 하기도 했으며 통신비 인하, 기름값 인하 등 서민들의 피부에 확 와 닿는 민생공약을 쏟아냈다. 바야흐로 민생이 우선이요, 반값이 대세인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았다. 그 덕분인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반값아파트 정책이 나오던 1년여 전이나 지금이나 민생은 어렵고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아우성이다. 아니, 1년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원유, 원자재,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환율이 널뛰니 수출위주의 몇몇 재벌대기업을 빼놓고 어렵지 않은 기업이 없다고 한다. 흑자를 이어오던 경상수지도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 생필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수직상승하며 서민생계가 더 힘겨워지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민생우선정치가 빛을 발해야 할 때라 하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나라당은 '형님공천'이니, 친이, 친박하며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민생우선정치가 가장 절실할 때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곰곰이 돌아보자. 반값아파트는 1년 만에 없던 일이 되버리고 말았다. 대신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면 자연스럽게 아파트가격은 안정될 것이라 한다. 도심재개발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방에는 미분양아파트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건설사들의 연쇄부도를 염려해야 할 상황인데도 말이다. 수도권집값은 이미 들썩거리고 있다. 전세가도 오르고 있다. 주가가 폭락이니 또다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릴 것은 자명하다. 반값아파트는 어느덧 사라지고 집값 폭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교육복지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 역시 지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난 20일 새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가 등록금 천만원시대의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기초생활수급권자 자녀에게 무상장학금 지급,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 무이자 대출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천만원 넘는 등록금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그나마 대책이라 내놓은 것도 이미 참여정부에서 계획해서 추진하기로 했던 것을 재탕 삼탕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교육비 절반 약속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어린쥐' 영어몰입교육 논란에, 전국일제고사 부활로 학원가는 때 아닌 초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학원 수강료가 안 오를리 만무하다. 사교육비가 두 배로 드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조차도 슬그머니 빠졌으며, 통신비 인하는 새정부가 사실상 어렵다고 손을 들었고, 기름값 인하도 말만 무성했을 뿐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 많던 '반값' 약속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라 했던가? 공약은 공약일 뿐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박근혜대표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것 같다. 총선이 코 앞이다. 그 '반값'이 가장 절실할 때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는 집권여당이 안정적 국정수행을 위해 또다시 표를 달라고 한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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