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영된 KBS '도전골든벨' 순창제일고등학교편에서는 이색장면이 연출되었다.
최후의 1인이 된 3학년 김민경 학생은 42번 문제로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안에 대한 문제가 제시되자 정답 '그린푸드존'을 쉽게 맞추었다. 매점을 운영하시는 엄마가 탄산음료판매를 못하여 걱정하시는 말씀을 들었다고 덧붙이자 응원석에 계시던 부모님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최후의 1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점에서 달려와 응원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47번 문제에서 실패하여 비록 골든벨을 울리지는 못했지만 어머니 박미옥씨(52·순창읍 남계리)에게는 남다른 순간이었다. 대학입학등록금과 해외역사탐방기회가 주어진 것도 좋았지만 본인이 이루고 싶었던 일을 딸이 대리만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퀴즈 프로만은 빼놓지 않고 본다는 박씨는 KBS '우리말겨루기' 예선을 통과했는데도 갑작스런 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한 아쉬운 경험이 있다.
IMF로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다가 도저히 버텨내기가 어려워 3년전 남편의 고향인 순창으로 내려왔다. 교육을 위해 다들 도시로 떠나는 마당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큰딸과 중3,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시골로 내려올 때의 심정은 막막하였다. 처음 두 달을 지내고 큰딸은 친구문제 등으로 적응하지 못하자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에 응시하겠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의 황금기이다.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보다는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여기서 극복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겨내라"며 다독였다. 다행히 슬럼프를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와 요즘은 너무나 행복하다. 올해 순창제일고를 졸업한 큰딸 정현이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자녀교육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물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을 접할 수 있도록 가장 신경을 썼지요. 모든 지혜는 책에서 나온다는 신념에서 제 자신이 항상 책을 가까이 했습니다." 아이들 책을 사면 책꽂이에 꽂아놓고 읽은 후는 뒤집어서 꽂게 했다. 책꽂이에 꽂아진 책을 보면 자신이 얼마나 읽었는지 스스로 확인되었다. 모든 책들이 뒤집어서 꽂아지면 다시 한 번 읽고 앞으로 꽂아놓아 자연스럽게 2번씩 읽게 되고 모든 책들이 앞으로 꽂아지게 되면 책꽂이 책들을 바꿔주었다.
엄마가 매일 2∼3개의 신문을 읽고 좋은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하여 냉장고나 벽에 붙여놓았다. 아이들이 읽는지 안 읽는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방이 어지러워지면 정리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책으로 어지러워진 것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책이란 쉽게, 가까이서 만나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큰딸과 둘째딸은 유년시절을 서울에서 지냈기에 구청이나 백화점 문화교실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영, 피아노, 볼링 등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늦둥이 막내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순창으로 내려와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없어 아쉽지만 주말이면 강천산에 오르고 섬진강변에 나가 다슬기도 잡는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은 언니들이 누릴 수 없었던 막내딸만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학력문제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보습학원에 한번도 보내지 않았고 학습지 중심으로 집에서 스스로 공부한다. 앞으로 교육청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한다고 해 기대하고 있다. 박씨는 "농촌의 경우 모든 면에서 뒤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학교에서 주는 많은 혜택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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