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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국회의원이 어떤 자리인데… - 이경재

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국회의원과 콧털의 공통점'이라는 농담 한 토막.

 

'뽑을 때 잘 뽑아야 한다' '잘못 뽑으면 후유증이 오래 간다' '좁은 공간에 많이 뭉쳐 산다' '지저분하다' '더러운 것을 파다 보면 따라 나올 때도 있다' '한 개를 잡았는데 여럿이 딸려 나오는 경우도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이런 식으로 비유되는 건 국회의원 개인이나 국민 모두 자존심 상할 일이다. 한때 차떼기 정당에다 비자금 연루 등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지탄받던 전력이 있으니 이런 농담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화려하고 특혜도 많다. 의전상 장관급 예우를 받고 매달 840만원의 세비와 25평 상당의 사무실이 주어진다. 국회사무처 별정직 공무원으로 4급 2명, 5급 1명, 6·7·9급 비서 각 1명씩 모두 6명의 보좌진을 지원받는다. 회기중 현행범을 제외하고는 불체포특권을, 국회에서 행한 발언 및 표결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갖는다.

 

경조금과 가족수당 등 각종 보조수당을 받고 월 115만원에 이르는 차량운행 및 유지비, 45만원의 의원사무실 운영비, 정책홍보비, 의정보고자료 발간비 등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비가 지급된다. 세비와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각종 수당을 합치면 대략 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3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또 공항에선 의전주차장과 귀빈실을 이용하고 국유철도, 선박, 항공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의사당내 체력단련실 무료이용, 의사당 및 의원회관의 전용엘리베이터, 전용출입문 이용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각종 특혜를 누린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신분상 달라지는 게 1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런 특혜에 맛을 들이면 초심과 달리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권력화되기도 한다. 특혜에다 방탄국회, 무책임한 폭로 등의 이미지를 갖는다면 국민적 불행이다. 고려대 최장집교수는 이런 국회의원을 '정치계급'이란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어느새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유권자는 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 52.6%가 부동층이고 10명중 6명이 후보를 잘 모른다고 응답하고 있다. 후보간 차별성을 놓고 고민하려 하지도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각종 특혜는 모두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으로 꾸려지는 데도 말이다.

 

권력화된, 정치계급화된 국회의원을 뽑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현명해져야 한다. 그럴려면 지역을 대표할 '깜'인지, 그동안 무슨 역할을 해 왔는지 곰곰이 따져야 한다. 선거공보가 도착하면 쓰레기통에 쳐 넣을 게 아니라 찬찬히 뜯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의원을 콧털에 빗댄달지, 정치계급화됐다고 비난을 퍼붓기 이전에 이런 기본적인 의무부터 다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어떤 자리인데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천하의 즐거움과 근심이 선거에 달려있다는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의 '천하우락 재선거'(天下憂樂 在選擧)란 말은 이 시대에도 딱 들어맞는다. 세상이 어진 사람을 뽑아 정치를 하는 것은 천하의 즐거움이요, 어리석은 자를 뽑아 정치를 어지럽히는 것은 천하의 근심이라는 것이다. 유권자가 새겨야 할 금언이다.

 

/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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