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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⑬ 내가 벗는 이유, 내가 그리는 이유

'벗은 몸' 예술이냐 외설이냐…결국은 '보는 눈'의 차이

서양화가 박상규作. ([email protected])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기자는 처음으로 누드모델과 맞딱뜨리게 된다. 거의 반자동적으로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며 그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던 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었지만 의외로 작고 마른 몸매에 실망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기자는 누드모델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시간은 흘렀지만 누드는 여전히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 보다는 몸에 파리가 붙었을 때 더 견디기 힘들어요. 햇볕 좋은 날에는 혹시 살이 그을려서 속살과 비교될까봐 긴 소매를 꼭 챙기죠."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10년차 누드모델은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당당했다. 누드모델을 하겠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미쳤냐"며 말렸지만, 그는 "특별한 재능이 없던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냈다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누드크로키를 그리고 있는 서양화가 박상규씨는 "학교 다닐 때부터 누드를 그려온 작가들에게는 누드모델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대상물"이라며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10여년 전 '라인누드크로키회'를 창립하고 최근에는 '일리아누드크로키회'를 지도하고 있는 그는 주로 서울에서 모델을 불러온다. 일반 회화와 달리 크로키는 20분, 5분, 3분, 1분 등 분 단위로 포즈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모델을 필요로 한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모델비는 보통 1시간에 6∼7만원 정도. 그는 "과거에는 경제적 이유로 누드모델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림과 연관되거나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드모델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몸매 기준은 따로 없지만, 날씬하면 날씬한대로 뚱뚱하면 뚱뚱한대로 선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올 가을 12회를 맞는 민촌아트센터의 '공개 누드 크로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예술로서 누드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정립하고 싶어 공개 행사를 시작했다"는 허명욱 관장은 "초창기에는 경찰서 정보과에 불려갔다 올 정도로 누드 크로키에 대한 인식이 없었지만, 행사 때마다 400∼600여명이 몰릴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떠올렸다.

 

'공개 누드 크로키'가 열리는 날이면 작가들 사이에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몰래 촬영하는 이들에게 항의하며 모델이 퇴장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허관장은 "사진작가들은 날씬한 선을 선호하지만 화가들은 볼륨있는 몸매를 원하고, 화가들이 제대로 된 크로키 포즈를 요구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섹시한 포즈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드모델은 '직선'인 남성보다 '곡선'인 여성이 인기. 그러나 서양화가 김성민씨는 여성 인체의 선과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보통의 누드 작품들과는 달리, 벌거벗은 채 축 늘어져 있거나 마른 체구의 남성 나체를 통해 삭막한 인생의 허무함을 강조해 왔다. 그는 주로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 쓴다고 했다. 전문 모델을 사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돈 없는 미대생들은 서로에게 작품 모델이 되어주곤 한다. 서양화가 이주리씨는 "경제적인 이유나 혹은 자신이 잘 알고있는 대상을 그리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서 모델로 세우거나 누드 사진을 얻어 그리는 경우도 있다"며 "결혼한 사람들은 주로 배우자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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