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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이 책] 20대 딸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진솔한 얘기

구본형 '세월이 젊음에게'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 설레는 젊음 하나로 그땐 그랬지 / 참 느렸었지 늘 지루했지 / 시간아 흘러라 그땐 그랬지'

 

이적과 김동률이 함께 했던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란 노래다.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은 사회생활을 하며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도 이제는 안주거리가 됐다는 가사를 곱씹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 진다.

 

그럴 때면 변화경영전문가로 알려진 구본형이 쓴 「세월이 젊음에게」(청림출판)로 손이 간다. 실제로 저자는 첫 출근을 하는 큰 딸을 바라보며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첫 출근하는 딸에게 "딸아, 바닥에서 박박 기어 확실하게 배워라. 많이 웃도록 해라. 웃음이 많은 날이 좋은 날이다. 축하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인생의 선배로서 딸을 비롯한 모든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그동안 열심히 수집해 온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을 씨줄 삼고, 자신이 아버지로서 들려주고 싶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날줄 삼아 한 올 한 올 엮어냈다.

 

'그녀는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블라우스 단추를 열어 자신의 맨가슴을 보여 주었다.

 

그녀의 왼쪽 가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의 오른쪽 가슴에는 수술 자국 대신 꽃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 꽃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연한 빛깔의 화려한 꽃들은 오른쪽 어깨까지 가득 피어 있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내게 등을 보여 주었다. 꽃들은 등 뒤까지 피어 있었고 부드러운 바람에 흩날리듯 미세하게 흔들거리는 듯했다. 작은 꽃 한 송이가 그녀 등의 어깨뼈 아래 움푹 파인 곳에 피어 있었고 그 바로 밑에 작은 글씨로 P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몸은 감동적으로 아름다웠다.'

 

유방암에 걸려 한 쪽 유방을 떼어낸 한 여성의 이야기다. 수술 후 여자로서의 자기 삶이 끝났다고 절망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피터'라는 화가를 만나 사귀게 되고, 그는 그녀의 빈 가슴에 꽃을 그려넣어 주었다.

 

읽을수록 은은한 여운이 감도는 이야기들. 저자는 젊음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빛나지만, 치기 어린 열정으로 자칫 다치기 쉬운 시절이라고 말한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실은 두려움과 좌절이 가장 많은 시절이라는 것이다.

 

책은 '일' '나' '관계' 등 3부로 구성돼 있으며, 이수동 화가의 사랑스러운 그림이 곳곳에 더해졌다.

 

마음 한 쪽 구석을 비워 이 구절을 품고 살면 어떨까. '누구든 자신의 꽃이 한 번은 필 것이고 그 때는 그 향기가 진할 것이다'. "아버지들도 술만 마시는 게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아주 열심히 기도한단다"는 후기가 책의 진정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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