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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한벽루 수중보의 수달 - 김승일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지난해 가을 전주천 상류인 한벽루 아래 수중보에서 한가롭게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났다. 일요일 오전 시간에 젊은 친구가 낚시질 하는 모습이 새삼스러워 다가가 물어봤다.

 

- 여기서 요즘 붕어나 피리 큰 놈도 좀 잡히는가?

 

- 붕어나 피리는 뿐인가요. 가끔씩은 쏘가리도 잡힌다고요.

 

- 아니 쏘가리가 다 집히다니 그게 정말인가?

 

- 그럼요. 쏘가리뿐 아니라 자라나 제법 씨알이 굵은 붕어 피리 모래무지등은 아예 시글시글 하다고요.

 

그랬다. 필자의 초중학교 시절 벌거벗고 멱감던 추억속의 한벽루 아래 하천이 드디어 물고기들의 천국으로 제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그것도 피리나 쉬리, 모래무지 붕어같은 재래 어종뿐 아니라 산간 계곡이나 대형 청정하천에서나 서식이 목격된 쏘가리까지 발견됐다니 반갑다기보다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물론 내 눈으로 쏘가리를 직접 확인한것은 아니므로 그 젊은이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어찌 쏘가리 뿐이랴 엊그제 바로 그 자리에서 수달까지 출현했다는 놀라운 소식마저 접한 마당이니 새삼 확인할 일이 뭐 있겠는가.

 

전북일보 사진팀이 한밤중에 잠복 촬영했다는 수달의 모습을 자연 생태계 복원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환경파괴의 현장에 수달은 당신들의 노력이 있으면 우리도 이렇게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다는 실증(實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문(寡聞)탓인지 몰라도 아직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에서 수달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마도 이번 전주천 출현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의 다양한 서식지가 밝혀지고 있고 특히 진주 남강댐에서 물고기 사냥에 열중하는 수달의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혀 보도된 적은 더러있다. 그것을 보는것만으로도 생태계의 조화로움에 탄성을 금치 못했던 게 생생한 기억의 전부다. 그런 수달을 전주천에서 목격했고 나아가 암수가 짝짓기 하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담아 냈으니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감동이다.

 

전주천 되살리기는 전주시가 역점을 뒀던 성공사례를 하나다. 자연형 하천으로 생태계를 복원했다하여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그 결과물이 이번 수달 서식환경의 확인이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 수달들의 2세들까지 태어날 날이 머지 않았다니 한벽루 수중보에서 무리지어 (노는) 수달들을 볼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따라서 행여라도 호사가들이 그 호기심때문에 모처럼 찾아온 수달들을 괴롭혀 쫒아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연보호의 당위성, 상징성을 전주천 수달들이 지금 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김승일(언론인·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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