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민원에 흉물 전락한 버스 정류소 부스
전주시 아중리에 아파트촌이 들어섬과 동시에 거의 빈촌이 되어버린 인후동 기린네거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아파트촌과 달리 한산하기 이를 데 없는 거리가 돼버렸다. 시내버스 조차 드문드문하여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순환버스가 생긴 뒤로 교통편이 상당히 원활해져서 이젠 기린네거리도 '살만한 동네'가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내버스 정류소에 푯말이나 부스 하나가 없다. 일부 주민들은 "똑같이 세금 내고 사는 전주시민으로서 차별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며 시내버스 정류소 부스 건립이 주민들의 민원 1순위가 됐다.
시내버스 정류소에 부스가 들어선 것은 지난 겨울. 주민들은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비바람을 막아주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노인들에게 쉴 의자가 생겨 무척 좋다"며 반색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다른 민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로에 비해 부스가 크다는 것. 골목을 드나드는 사람이 불편하니 축소시켜 달라는 것이다.
약간 축소시킨 부스를 설치한지 일주일도 안돼 다시 부스가 사라졌다. 부스 밑으로 하수구가 나있는 일부 주민들이 하수구가 막힐 경우를 대비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들 갈등으로 동네 분위기만 험악해지고, 철거된 부스는 갈 곳을 잃고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개인이기주의로 인해 다수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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