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본보 논설위원)
서른 여섯살 탈북시인 장진성의 시는 충격적이다.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는 이 시는 눈물을 넘어 통곡에 가깝다.
"그는 초췌했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주자/ 그 돈을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딸을 판 백원으로/ 밀가루 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이 작품은 장 시인이 1999년 평양시 동대원구역 시장에서 직접 목격한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굶주림에 못견뎌 결국 딸을 100 원에 판 어머니의 사연이다. 장 시인에 따르면 당시 북한에선 3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북한 인구가 22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북한 실상의 한 단면은 엿볼 수 있다.
그의 시가 아니라도 배고픔에 허덕이는 북한주민의 문제는 인권측면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대북정책을 두고 좌와 우로 나뉘어 삿대질을 하는, 어느 한 쪽만이 아닌 인류 보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폭로는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측에서 보면 백만원군을 얻은듯 반가운 호재일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는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햇볕및 대북포용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그 이유로 몇가지를 꼽는다. 햇볕정책이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저자세와 일방적 퍼주기로 남남갈등을 조장했다는 점, 그리고 한미동맹의 이완과 북한인권을 외면했다는 점 등을 든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비핵·개방·3000'정책을 들고 나왔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10년내 3000불 경제를 만들어 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까?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북한이 최근 들어 이 대통령을 '역도' '패도'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 정책은 북한의 비난이 아니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재정 부분에서 400억불(약 40조)을 조성해 북한을 돕겠다는 것 부터가 그렇다. 이와 관련 대선 당시 공약에 관여했다는 캠프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선거과정에서 급조된 것"이라는 얘기다.
겸손에서 나온 말일지 몰라도, 현 정부의 대북 인식이 아마추어 수준을 벗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좀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 남북관계는 엄동설한이다. 정부 차원의 접촉은 모두 단절되었다.
결국 해법은 기존 정책을 전면 뒤집기 보다는 수정·보완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한다. '비핵개방 3000'은 전임 정부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한다는 부시대통령의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부시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도 6년만에 되돌아 왔음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
강온전략을 구사하면서도 교류를 지속하는 것만이 북핵 위협을 완화시키고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길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내 딸을 백 원에 파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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