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양재동 파출소. 경찰과 소도둑이 마주앉았다.
"집이 어디야?" "광준데요." "니가 시방 광주가 집이라고? 나도 광준디. 담배 한 대 피우고 편히 앉어 마음 탁 놓고 말해보드라고잉. 그러면 그렇지, 니가 도둑질헐 것 같진 않드랑깨."
다시 조서를 꾸민다.
"그래 그러니까 본적이 어디라고?" "경기도 광주…." "뭐야 이 새끼. 담뱃불 꺼! 똑바로 앉아 바른 대로 대!" ('지역연고 지상주의' 중)
#2. 5.5가 점을 빼니 55가 되는 세상. 얼굴 리모델링에, 저승사자 내려와서 엉뚱한 놈 잡아간다. 염라대왕 화가 나 사표를 내고 보니, 우리나라 남녀노소 수명이 길어졌다. ('성형 수술' 중)
시를 짓는 건축가.
유응교 전북대 교수(64·건축학과)가 일곱번째 시집 「아름다운 침묵」(신아출판사)을 펴냈다. 품 넓은 시집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어내고 있지만,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세상을 향한 통렬한 비판에 시선이 먼저 간다. 이미 두권의 유머집을 펴낸 바 있지만, 이번 시집에 흐르는 유머는 사회풍자적 요소가 강화됐다.
"여러가지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위대한 건축가는 반드시 위대한 시인이 돼야 한다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늘 우리들에게 요청해 왔지만,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채 정년을 맞이하게 돼 아쉬움이 큽니다."
건축과 인연을 가진 세월이 46년. 그는 시를 통해 '음악과 무용, 조각과 그림, 그 모두를 포용하고 있는' 건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십자가 형상으로 행을 배열한 시 '십자가'에서는 건축에서 발휘되는 조형미도 읽을 수 있다.
10여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꽃과 음반, 시집을 선물해 온 유교수.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심을 잃지 말고 행복하고 보람찬 삶을 영위하자고 노력해 온 발자취"라며 "돌아보니 흐뭇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시 역시 이 세상에 띄워보내는 아름다움. 1996년 「문학21」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전북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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