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을 기대하고 나쁜 일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특정한 숫자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을 낳았다. 숫자에 대한 징크스인 셈이다. 숫자 징크스는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종교나 정서,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13'이 대표적으로 꺼리는 수(數)이다.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에서 배신자 유다가 13번째 의자에서 앉았다는 데서 기인한다. 특히 '13일의 금요일'은 가장 저주 받은 날로 여겨 기피한다. 오늘날에도 모임 날짜에 13일에 금요일이 겹치면 참석인원에 신중을 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6'도 불길한 수로 여긴다. 성경 요한 게시록에 '666'이 '악마의 수'로 쓰여 있는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그들이 좋아하는 숫자는 행운을 가져 온다는 '7'이다.
동양인의 경우에는 발음과 관계가 깊다. '4'자는 죽음을 뜻하는 '사(死)'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꺼린다. 한자(漢字) 문화권인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중국인들이 특히 싫어한다. 반면 중국인들은 '8'을 유난히 선호한다. 8의 중국어 발음 '파'가 '돈을 벌다'라는 중국어 '파차이(發財)' 앞자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8888' 숫자의 자동차 번호판이 엄청난 가격에 팔린 적이 있다. 올해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도 8월8일 오후 8시8분으로 잡을 정도이다.
이처럼 숫자 '8'을 거의 광신적으로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올해 국내에서 잇달아 터진 악재로 숫자 8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발생한 큰 재난이나 사건의 발생일 숫자를 합하면 모두 공교롭게 8인데서 비롯됐다. '8의 배신'이라는 말 까지 나올 정도라 한다. 기록적인 폭설사태가 1월25일 발생했고,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티베트사태가 발생한 날이 4월13일, 최근 대지진이 일어난 날 5월12일 역시 숫자를 합하면 '8'이다.
사람들은 징크스를 미신으로 간주하면서도 많은 부분을 징크스에 속박당하거나 의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번 대지진이 첨단과학도 예측못할 정도의 자연재앙이다 보니 수천년 이어져온 민족적 정서까지 흔들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8월 이후에는 날짜의 숫자를 합쳐도 자연스레 8을 넘게된다. 지진 역경을 딛고 중국민족 역대 최대의 행사인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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