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어느 때부턴가 호남 몫 하면 광주 전남 몫으로 통했다.마치 전북이 광주 전남에 종속된 느낌이었다.역대 정권마다 국토개발 전략을 수립하면서도 광주 전남권은 있었지만 전북권은 없었다.청 단위 국가 기관과 금융권 대기업등도 지역본부를 광주에 두고 있다.고법과 고검도 광주에 있다.전주에 있던 전라 감영이 제주도까지 관할했던 역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전 남북을 관할하는 익산국토관리청만 유일하게 전북을 지키고 있다.이 기관도 그간 수차에 걸쳐 광주로 이전할 위기를 맞았지만 그 때마다 도민들이 이전을 막았다.그러나 한가롭게 맘 놀 일은 아니다.
도민들이 힘겹게 유치한 광주고법 전주부가 다시 광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광주고법 전주부 유치는 지난 95년부터 시작됐다.각계 각층과 김원기전국회의장의 결정적인 노력으로 2년전 전주에 광주고법 전주부가 생겼다.광주까지 가지 않아도 전주에서 각종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사실 재판은 10분 정도면 끝난다.10분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를 번거롭게 오 간다는 건 시간과 경제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국민은 가까운 곳에서 재판 받을 권리가 있다.교통이 불편했던 때는 광주에서 숙식해가며 재판을 받았고 자연히 변호사도 광주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게 관례였다.
문제의 발단은 대법원에서 광주고법 전주부를 규칙 개정을 통해 지난 2월에 명칭을 원외재판부로 바꾸면서 생겼다.전주부는 원래 전북 관내의 항소심 전체를 재판토록 돼 있었다.그러나 전주부를 들어 보지도 않은 전혀 생소한 원외재판부라는 것을 만들어 광주고법 본원의 1개 재판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지난 2월까지만 해도 전체 항소심 재판을 전주부가 담당했지만 그 이후에는 행정소송 재정신청 형사사건까지도 광주 본원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전주 원외재판부는 광주고법 5개 재판부 가운데 겨우 1개 재판부 역할 밖에 못하게 됐다.지난 16일에는 급기야 행정사건에 대한 항소심 순회재판을 사법사상 처음으로 전주에서 열었다.
문제는 대법원에서 전주부의 재판부를 증설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능을 축소시킨데서 비롯됐다.마치 순회재판부를 운영하며 빠른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흑막이 있다.광주고법 항소심 재판건수 가운데 40% 정도가 전북도 사건이다.사건 비중으로 봐도 당연히 2개 재판부로 늘려야 맞다.이처럼 재판부만 증설하면 해결날 문제를 대법원에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 의도가 있다.전주에 고법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을 광주권 국회의원들과 법조계에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호남권 법조 시장의 분산을 막기 위한 처사였다.광주권 변호사들이 전북의 항소심 사건도 수임해야 한다는 이기주의적 발상 밖에 안된다.광주권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전주부의 재판지연 관계 등을 따진 것도 결국은 전주부의 권한을 본원으로 환원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더 이상 전북 도민들이 재판 받을 권리마저 광주로 종속시킬 수는 없다.혹여 광주권 법조계에서 본원으로 재판업무를 가져가도록 계략을 꾸민다면 엄청난 도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전북에는 로스쿨이 2개 대학이나 있다.
/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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