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동심(童心 )창을 다시 열었다.
'동심의시동인회'(회장 이성관·이하 동인회) 회원들이 「동심의 시」 26집 출간을 기념하며 15일 전주서 만남을 가졌다.
"동시는 단순해 보이지만, 성인 시 못지 않은 감동을 줍니다. 아이의 눈으로 인간의 원체험을 응시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죠."
동인회는 1979년 '세계 아동의 해'를 맞아 전라도 지역의 순수한 동시문학인들이 모여 조직됐다.
'동요적'인 창작틀을 벗어나 좀더 수준높은 동시 창작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호남지역이 동시의 불모지로 인식돼 있는 걸 깨보고 싶어서다. 덕분에 동심을 담기 위한 창작이 지속됐고, 호남작가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준관 시인은 "특히 올해는 한국 현대시 100년의 첫작품에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실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대시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 동시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맥을 이어오기까지 수많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첫 시집을 낼 때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이들은 출판비용을 가장 적게 들일 수 있는 곳을 수소문했단다. 전원범 광주교대 교수는 "해마다 동시집을 내던중 어느해는 광주 한 교도소에서 출간하게 됐다"며 "수감생들이 출판·인쇄하는 재활프로그램으로 아주 싸게 책을 출간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며 웃었다.
30여년이 다 돼가지만, 자금 사정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이성자 광주대 교수는 "전남으로부터 100만원 지원을 받고 있으나, 이것으로 부족해 회원들이 자비 털고 있다"며 "지원이 확대돼 시인들의 창작열에 불을 댕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인회는 현재까지 20명이 넘지 않은 소수정예반을 고집한다. 정말 동시에 뜻이 있고, 애정이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꾸준히 활동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란다.
아동문학가 박예분씨는 "동인회는 '인연'이란 말이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며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 때 이준관 선생님을 뵙고, 연이 닿아 활동하고 있다"며 "전남 외에 이젠 전북에도 뜻을 가진 시인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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