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지 한참 지났다.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국민 열 명 가운데 한 두 사람만 지지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미 정상적인 통치행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듯하다. 국민들은 지난 한달 보름여 동안 촛불을 들고 미국산쇠고기의 전면수입을 반대하며 대통령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급기야 6월 10일에는 전국적으로 1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명박 대통령의 충심어린 사죄와 쇠고기 재협상, 반서민적 정책의 전면적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제껏 변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 달 보름, 그리고 연인원 수백만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답은 여전히 엇박자다. 예정되었던 국민과의 대화도 연기하고 내각과 청와대의 총사퇴도 미뤘다. 국민 앞에 머리 숙이며 대통령 스스로 내세우던 소통과 쇄신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오히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 사태를 정치적 좌우대결이라는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고 있으며 보수의 결집을 통해 상황을 돌파해보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 예컨대 친박연대, 자유선진당과의 정치적 딜을 추진하며 보수연합을 가시화하고 있다. 친박연대의 복당을 추진하고, 자유선진당에는 총리 자리를 내민 것이다. 이와 더불어 KBS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고 정연주사장을 검찰이 소환하는 등 퇴진압력을 가하고 있다. YTN이나 MBC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방송장악 의도를 감추려 하지 않고 있다. 보수논객들은 이심전심으로 촛불집회를 좌우대결, 정치투쟁으로 몰아가고 촛불을 든 국민들을 조롱하며 강경진압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우선 보수적 정치세력과 적절한 권력나누기를 통해 보수지지층을 결집시킨 다음, 정부가 내세우는 것처럼 미국과 잘 협의하여 30개월이상 쇠고기만 당분간 안 들어오게 하고 이를 친정부적 신문들과 순치된 방송이 여론몰이를 해나간다면 상황을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여기에 조금만 더 버티면 장마가 다가오고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지 않겠는가? 장마에 촛불은 꺼지고 신문과 방송이 앵무새처럼 정부입장을 대변하면 하나로 뭉쳤던 시민들은 흩어지고 자포자기 하지 않겠느냐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이다.
과연 그럴까? 원인 진단이 틀렸으니 그 대책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선 미국산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좌우, 진보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확실한 안전성에 대한 담보가 없다면 국민들이 쉽게 수긍할리 만무하다. 시민들은 누구나 쇠고기 문제는 이념적 정치적 문제를 떠나 나 자신, 내 가족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라 생각하는데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일부 보수논객들만 이를 이념적, 정치적 문제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이는 남의 다리 긁는 대책이라 하겠다. 또한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대처럼 신문,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는 발상도 한심하다. 언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사회적 비판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이자 원칙이라 할 것이다. 그 어떤 정당성도 없는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국민들의 저항만 커지고 있다. 나아가 인터넷 공간에서 거의 무제한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오고 가고 있으며 토론을 통해 진실과 왜곡을 갈라내는데 익숙한 네티즌들이 존재하는데 몇몇 대형 언론사를 장악하면 다 된다는 발상은 낡을 대로 낡은 것이다.
시민들이 지쳐가고 장마가 겹치면 광장의 촛불은 자연스럽게 소멸될 수 있지 않겠냐는 계산도 오판이다. 지금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숨을 고르며 지켜보고 있다. 그 대책에 진정성이 담겨있으며 신뢰할 만 하다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또다시 꼼수와 미봉책의 연속이라면 절대 스스로 촛불을 끄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국민을 위한 정책은 결코 공짜로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지난 한 달 보름동안 촛불을 들고 밤을 세우며 몸으로 깨달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광장에 나온 국민들은 신뢰할 수 없으며 반서민적 정책으로 일관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OUT'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이명박대통령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대책, 국정운영의 근본적 변화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홍보만 잘하면 된다는 발상 아니겠는가? 지금 상황을 좌우대결이라는 이념적 프레임으로 보는 한 이같은 황당한 대책 말고 내세울 게 없을 것이다.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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