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나귀 타고 미술숲을 거닐다' 발품 팔아 유물 체험 맛깔스럽게 풀어내
백자는 '음전(점잖고 우아함)', 묵포도는 '소망(素望)', 연적의 다양함은 '올망졸망'.
다양한 유물들의 특질을 하나의 키워드에 담다.
이원복 국립전주박물관 관장은 책 「홀로 나귀타고 미술관 숲을 거닐다」 (이가서) 를 통해 고고미술부터 도자·회화·불상에 이르기까지 미(美)에 관한 깊이있는 통찰을 풀어냈다.
이관장은 "작품 감상은 홀로 오솔길을 거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단원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를 보면, 선비가 나귀 타고 홀로 명상하듯 거니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선비의 자세로 홀로 감상해야 예술의 깊은 맛을 알게 된다는 것.
이렇듯 그는 32년간 홀로 7000년 역사 현장을 배회했다. 덕분에 발로 찾아낸 유물을 체험과 나름의 이론을 녹여 꼼꼼하게 설명했고, 엄선된 도판으로 실물의 감흥을 그대로 담을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는 기존의 획일적인 미학기준을 완강히 거부했다. 전통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우리 문화가 왜소(矮小)하고, 비애로 일관했으며, 우월하다는 국수주의적 한계에 머물렀다는 것. 금속공예 중 규모가 큰 범종, 건축에선 경주 황룡사·동시대 동양 최대의 사찰 익산 미륵사 등이 그 예다. 또한 고려청자를 보면 흰 구름·두루미·청초한 들국화 등 슬픔과는 거리가 먼 소재들로 평화·명랑이 깃든 건강한 아름다움을 그렸는데, 이를 주목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우리 것이면 무엇이나 좋다'는 식의 국수주의적 자세는 자기비하나 과소평가만큼 독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첫 장에선 우리 미술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어체로 쓴 글을 만날 수 있다.
이어 주제별 분류를 통해 '미스 신암'으로 불리는 신석기시대 여인상,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백제 불상 등 100점에 가까운 우리 작품 명품을 깊이있게 응시한다.
마지막 장에선 프랑스·일본·중국 등 외국 중요 미술품 대규모 전시부터 '예원의 총수'로 불리는 강세황의 작품 전시 등 세계 미술사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렇다고 해서 꼭 순서대로 따라갈 필요도 없다. 여행길에 저자의 이야기가 다 끝나면 나귀에서 내려도 좋다.
이관장은 서강대학교 사학과 석사·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시작으로 국립공주박물관장, 국립청주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국립광주박물관장을 지낸 뒤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장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공부하러 박물관 간다」, 「한국의 말 그림」, 「회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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