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마을. 오리류 중에서 유일하게 나무구멍에서 번식을 하는 원앙이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회색빛 도시에서는 물도 나무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어찌어찌하다가 고층아파트 12층 보일러실 환기구창이 뚫려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미 원앙은 염치 무릅쓰고 보일러실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5월 6일 첫 알을 낳고, 같은 달 21일까지 모두 16개를 낳았습니다.
어미 원앙은 새끼가 깨어날 때까지 혼자서 알을 품습니다. 도시숲을 헤매다 돌아와 지친 날개로 품고 또 품어, 6월 14일 늦은 밤 새끼 원앙 열마리가 태어났습니다.
6월 15일 아침 9시, 태어난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어미 원앙은 새끼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채비를 합니다. 아직 날 줄 모르는 새끼 원앙들이 아파트 12층에서 서툰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어미가 환기구로 나와 밖을 살핍니다. 원앙은 부화가 되면 나무둥지에서 하나둘 뛰어내려 호수나 개울, 또는 촉촉한 숲의 바닥으로 내려오는 습성이 있거든요.
9시 29분, 첫번째 새끼 원앙이 용감하게 뛰어내렸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열번째 새끼까지 다 뛰어내리기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어떤 녀석은 바닥에 머리가 부딪쳐 잠시 기절을 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을 어찌 합니까. 새끼원앙들이 뛰어내린 곳은 사람의 마을. 자동차, 자전거, 사람들을 피하느라 이 녀석들 그만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네마리는 어미와 떨어지지 않고 길을 나섰군요. 노란 황색선을 가로지르며 길을 건너는 모습이 귀엽지만 위태롭습니다.
그때,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어미는 사람들을 피해 날아오르고 어미를 잃은 새끼 원앙들은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담위에 올라선 어미는 안타깝게 새끼들을 바라보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리로 새끼들을 불러모으는 일 뿐 입니다.
새끼 원앙들이 사람들을 피해 숨어든 곳은 컨테이너 밑. 취재진이 긴급히 새끼들을 구하려고 나섰지만 손을 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어디로 흩어졌는지 안타까워하는 취재진 앞에 잠시후 새끼원앙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반가워 뒤를 좆으니 작은 교회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이 어린 생명이 사람사는 마을에서 잘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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