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가족의 모습 그려낸 저예산 영화 '패밀리마트' 15일 크랭크인
"영화라는 장르가 어제 탄생했다. 우리가 처음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자. 충무로는 잊어라."
영화인들의 꿈, '칸 영화제'. 그도 꿈을 꾼다.
지난해 1월 전주에 영화제작사 '건시네마'를 차린 김건 감독(44). '건시네마' 벽에는 '칸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과 '황금카메라상' 부문 포스터가 붙어있다.
45명이 만드는 4억5000만원짜리 저예산 영화. 김감독의 첫 장편 '패밀리마트'의 목표는 '칸'이다.
"너무 오래 있었죠. 지금 이 옷이 나에게 맞는 건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기분이었어요. '1년만 더 하자' '1년 뒤에는 놔줘라' 그렇게 여기까지 왔죠."
2002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2004년 7월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으로 일해왔다. 지난달 말, 그는 전주영화제를 그만 뒀다.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마음을 접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내년 10회 행사에 대한 아우트라인은 이미 다 짜놨고, 세부사항은 어차피 팀장들이 해야하니까요. 몸은 떠나도 제 혼은 남을 것 같아요. 저도, 영화제도, 서로 어려웠던 시기에 만났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전주영화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내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나는 어딜 가더라도 전주영화제를 지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주에 하드 인프라는 구축되고 있지만, 소프트는 아직 약해요. 스타 감독, 스타 제작사가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건 제작사입니다. 강우석 이준익 감독이 전주에서 촬영을 한다면 파급효과가 엄청날 껄요? 부산하면 '친구', 밀양하면 '밀양', 전주하면 딱 떠오르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패밀리마트'는 파격적인 해석으로 현대사회 가족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를 묻는 영화다. 한옥마을 수목원 효자동 아중리 전북대 등 전주에서 100% 촬영되며, 스탭도 반절 이상이 지역 사람이다.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네러티브 영화입니다. 항해 이미지를 떠올리면 됩니다. 관객들이 스크린 속을 항해하며 스스로 사유하고 삶을 반추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프로듀서 제작이사 제작실장 촬영감독 등 스탭 대부분이 파리 유학파들. 프랑스 '알리앙스 필름'과 긍정적으로 협의 중인 만큼 국내 배급 대신, 해외 배급을 먼저 할 예정이다. 해외영화제도 돌리고, 거대 배급사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한 국내 배급은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직접 디지털 영사기를 가지고 다니며 극장이 없는 곳에서 무료로 상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죠. 잘못하면 오만방자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감독이라고 하면 자기 색깔과 고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스탭을 꾸릴 수가 없거든요."
유명한 감독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영화로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도 일찌감치 버렸다. 가지고 있는 걸 다 까먹는 한이 있더라도 전주에서 제대로 된 영화, '웰메이드(wellmade)' 하나 만들고 싶다.
"제가 지금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도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일정부분 내가 빚을 진 거죠. 꼭 중앙이 아니더라도 전주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맞다 틀리다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인 규범이나 틀, 관심에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김감독. '패밀리마트'는 15일 크랭크인에 들어가 10월이면 후반작업까지 끝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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