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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창의력 돋보이는 필립스탁 디자인 - 정성환

정성환(전북대 교수)

선물로 파리채 받아 본적 있으세요?

 

한 학기 수업을 끝내고 감사의 표시로 내게 미국인 교수가 선물이라며 책상서랍 속에서 긴 박스를 꺼내 건네었다. 고마움의 표시가 파리채라.

 

그런데 그게 필립스탁 디자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필립스탁은 파리채 아랫부분에 삼각대처럼 생긴 다리를 달아 세워 놓을 수 있도록 했는데 역시 파리잡는데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윗부분의 재미없는 연속무늬를 점의 크기를 달리해 재미있는 표정을 집어넣었다.

 

비행기에서 포크, 나이프, 스푼 챙겨 가지고 내리세요?

 

911 테러사건 이후 기내에서는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스푼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용상의 문제해결을 위해 필립스탁이 디자인한 에어 프랑스의 포크, 나이프, 스푼은 승무원의 양해를 구하고 챙겨 와야 할 만 한 것으로 이는 어떤 분의 경험담이다.

 

레몬 즙 짜는 물건을 왜 대리석 좌대 위에?

 

필립스탁 디자인의 레몬즙 짜는 도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마치 현대 조각 작품처럼 소중하게 디스플레이해 놓고 감상한다.

 

마치 럭비공모양의 작은 머리통을 거미의 다리같이 생긴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 부분은 레몬즙이 아랫부분으로 흐르게 하고 높은 다리 밑에 컵을 놓을 수 있는 기능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었지만 형태 또한 매우 조형적이다.

 

필립스탁 디자인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디자인들이 대단한 발상이나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너무나 상식적이고 주변에 흔히 있는 것들을 활용한 디자인임에도 그 방법이 절묘하다는 것이다.

 

둘째, 다른 사람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문제를 발견했고 그렇기 때문에 해결방법 또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 그를 세계적 디자이너로 만든 사고의 유연성, 관찰력, 상상력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 합친 창의력은 사물을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으며 그 결과로 어떤 사물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디자인을 통해 가치를 실현되도록 했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훈련된 상상력이라고 정의되기도 하는 창의력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아침마다 중학생인 애들 교복을 다림질하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똑같은 교복, 두발상태, 미술, 음악, 체육도 암기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고, 방과 후 학원으로, 과외로, 학습지로.

 

우리의 애들은 무엇을 상상할까, 이런 교육으로 창의력이 개발될까, 우리의 아이들이 한번이라도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깊게 사고하는 시간이 있을까?

 

그러다가 우리 아이들에게서 필립스탁은 고사하고 필립도, 스탁도 안 나오는 것 아닐까?

 

※ 정성환 교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일기획 등에서 일했으며 1989년 이후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성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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