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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군의장직이 나눠먹는 자리인가 - 정익수

정익수 기자(장수주재)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를 '콘클라베'라고 한다.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들은 특별히 후보를 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대상자를 적은 뒤 최다득표자를 교황으로 추대한다. 후보를 정해놓고 투표를 하는 일반적인 선거방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선출방식이다. 이처럼 성스러운 선출방식이 세속에서는 '밀실야합'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장수군의회 후반기 의장단이 우여곡절 끝에 구성됐다. 지방자치법 제48조에 따르면 기초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이상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이는 지역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도덕적이고 양심적으로 의장단을 선출하라는 민의(民意)가 깃들여 있다.

 

문제는 이같은 선출방식이 현실과 야합하면서 세속화·밀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의원 모두가 선거권자인 동시에 후보자인 탓에 출마에 따른 후보 등록이나 정견 발표 없이 선거를 치루다 보니 입지자들의 밀실거래와 담합 편가르기 등이 판치고 있다.

 

의원들이 명심해야할 것은 의장직이 계파간 감투싸움이나 나눠먹기나 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과 주민 복리증진을 위한 대의를 위해서라도 의원들의 뼈를 깎는 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군민의 손과 발이 되어 군민을 위해 희생봉사 하겠다는 초심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장단 선출방식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선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의장이 되려면 공식적인 후보등록과 의회 안팎의 공개검증 절차를 거치는 후보등록제로 바꿔야 한다. 의원들이 민의를 저버렸을 때 지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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